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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환의 MLB] 스즈키의 첫 홈 개막전, 데트머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석패

2026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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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 전체를 덮은 대형 성조기와 함께 펼쳐진 국가 연주 세러모니. 석승환

2026시즌 7게임의 원정을 마치고 드디어 홈으로 돌아온 에인절스. 빅에이 스타디움은 오랜 기다림 끝에 팬들을 다시 맞이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경기장을 찾았다.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태양이 내리쬐는 주차장은 이미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새로운 시즌의 설렘 속에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에 서로 활짝 웃으며 인사하기 바쁘다.

게이트를 지키는 시큐리티부터 아이디를 찾아주는 직원, 엘리베이터 안까지 모두가 새로운 시작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시즌만큼은 제발 팀이 위로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오늘 경기장에는 바람이 유독 강하게 불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동안 그라운드의 흙먼지가 입 속에 가득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고, 외야에 나부끼는 깃발들의 펄럭거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바람이 오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합 전 덕아웃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커트 스즈키 감독. 석승환

2026시즌부터 새로 부임한 커트 스즈키 감독의 첫 홈 개막전 시합 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선수 시절 이 구단에서 포수로 뛰었고, 어린 시절 근처 캘스테이트 풀러튼에서 성장하며 200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켜봤던 그에게 빅에이는 특별한 장소다.

이번 시즌 팀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스즈키 감독은 특유의 유머로 답했다. “한 게임도 더 지지 않는 것입니다. 농담입니다!” 웃음이 터진 후, 그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매일 경기장에 나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100% 노력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내가 요구하는 전부입니다. 승패는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상대 팀도 훌륭하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 팀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부상 선수들에 대해서는 밝은 소식을 전했다. 벤 조이스는 불펜 투구를 마치고 상태가 좋다.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는 정상적인 캐치 루틴을 소화하고 있으며, 마노아는 아리조나에서 모든 구종을 던지며 복귀를 준비 중이다. 오스왈드 페라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의 작업 태도, 배우려는 의지와 열린 마음은 선수에게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 함께 뛰었던 동료들을 이제 감독으로 이끄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관계는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불편한 대화도 해야 합니다. 그래도 같이 뛰었던 경험이 있으니 더 수월하게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오늘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구장에 옵니다.”

국가 연주와 함께 빅에이 스타디움 상공을 가른 전투기 편대. 석승환

시합 전 개막 행사는 성대하게 펼쳐졌다.

외야를 가득 채운 대형 성조기와 함께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투기 편대가 스타디움 상공을 가로지르는 플라이오버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광판에는 새 감독 스즈키의 모습이 크게 비춰지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오랜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에인절스를 향한 팬들의 열기는 바람 속에서도 뜨거웠다.

전광판에 비춰진 커트 스즈키 감독 — 새로운 시대의 시작. 석승환
“JESUS WON” 셔츠를 입고 워밍업 중인 마이크 트라웃. 석승환

선발은 레이드 데트머. 그는 오늘 6.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시합 후 인터뷰에서 데트머는 “1회에 아드레날린이 넘쳐서 좀 진정해야 했다”며 당시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안정을 찾고 나서는 훨씬 좋아졌다. 패스트볼을 낮게 꽂는 것과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구종을 전개하는 것이 오늘 핵심이었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전혀 몰랐습니다.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으니까요.” 팀이 안타 1개에 그친 아쉬운 패배였지만, 그는 “내일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자”며 짧고 담담하게 마음을 정리했다.

9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이어진 투수전은 10회초 시애틀의 3점 폭발로 균형이 무너졌다. 상대 선발 브라이언 우는 7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에인절스 타선을 완전히 봉쇄했다. 에인절스는 팀 전체 안타가 단 1개에 그치는 굴욕적인 경기를 펼쳤다.

스즈키 감독은 브라이언 우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입니다. 오늘 최고의 피칭을 했고, 우리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이길 수 없는 날도 있는 법입니다.”  6회 트라웃의 타구에 대해서는 “충분히 홈런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잘 맞은 타구였는데 바람이 붙잡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데트머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정말 훌륭했다. 침착하게 볼을 다루고 피칭을 실행했다. 지난번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시합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분석하는 커트 스즈키 감독. 석승환

결과는 아쉬웠지만, 스즈키 감독의 첫 홈 개막전은 새로운 에인절스의 방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데트머의 역투, 팬들의 뜨거운 환호.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빅에이는 오늘도 붉게 빛났다.

<석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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