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체류 중인 외국인의 영주권 취득 절차를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민 사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유학생과 취업비자 소지자들이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I-485) 절차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해온 기존 경로가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이민국(USCIS)은 21일 발표한 정책 메모를 통해 앞으로 영주권 신청을 위한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extraordinary circumstances)”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분조정은 미국 내 체류 중인 사람이 출국하지 않고 미국 안에서 비이민 신분에서 영주권자로 전환하는 절차다. 그동안 합법적으로 입국한 유학생(F-1), 전문직 취업비자(H-1B) 소지자, 가족초청 대상자 등 수많은 이민 신청자가 사용해온 대표적인 영주권 절차이기도 하다.
USCIS는 이번 조치가 새로운 제도 도입이 아니라 “법의 원래 취지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발표문에서 “미국에 일시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이 영주권을 원한다면 앞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국으로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며 “이는 시스템 허점을 조장하는 대신 법이 의도한 방식대로 이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 임시 취업자, 관광객 등 비이민 신분자는 특정 목적과 제한된 기간 동안 미국에 오는 것이며, 미국 체류가 영주권 취득의 첫 단계처럼 기능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USCIS는 해외 미국 영사관이 대부분 사례를 처리하게 되면 이민국 인력을 범죄 피해자 비자와 인신매매 피해자 비자, 시민권 신청 등 우선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은 미국 대학 졸업 후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준비하는 유학생들과 전문직 취업비자 소지자들이다.
현재까지는 일반적으로 유학생이 졸업 후 OPT를 거쳐 H-1B 취업비자를 받고, 이후 회사 스폰서를 통해 미국 내에서 I-485 신분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영주권 취득 경로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USCIS의 이번 정책이 실제 적용될 경우 영주권 신청 자체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 I-485 절차 대신 해외 미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을 통한 ‘영사 절차(Consular Processing)’가 사실상 기본 경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취업비자 소지자는 회사 스폰서를 통한 이민청원(I-140) 승인 이후 미국 내에서 곧바로 신분조정을 진행하는 대신,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 대사관 인터뷰와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인터뷰 예약 적체와 행정 처리 기간 증가 등으로 영주권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100만 건 이상의 영주권을 발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미 미국 내 체류자가 신분조정 방식으로 신청하고 있다.
다만 법적 논란도 거세다.
일부 이민법 전문가들은 기존 이민법(INA §245)이 일정 조건을 충족한 합법 체류자에 대해 미국 내 신분조정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행정부 정책 메모만으로 수십 년간 유지된 절차를 사실상 뒤집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 이민 전문 변호사 로산나 베라르디는 ABC 방송에 “이번 정책은 합법적 근로자와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해 거의 모든 영주권 신청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토드 포머로스 이민 변호사는 “행정부가 펜 한 번 휘둘러 법률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다”며 “이번 조치는 법원에서 빠르게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완료자의 시민권 취소 소송 확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민 사회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