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남편의 폭력을 피해 어린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샌프란시스코 거주 한인 여성의 사연이 알려지며, 국제 이혼·양육권 분쟁의 복잡한 현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0대 여성 A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한인 남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남편은 현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었지만,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부부 갈등이 점차 심해졌다고 한다.
갈등은 결국 폭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말다툼 과정에서 남편은 A씨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폭력을 행사했고,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세 살 딸을 데리고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A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 생활을 이어갔고, 딸 역시 어린이집에 다니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왔다. 1년 넘게 이어진 생활 동안 남편은 메신저 등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남편은 최근 한국에 입국해 공동 양육권자인 자신과 상의 없이 아이를 데려간 것은 양육권 침해라며 올해 5월 가정법원에 자녀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아이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지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홍수현 변호사는 공동 양육권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해외로 이동시킨 행위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Hague Convention on the Civil Aspects of International Child Abduction)’상 불법 이동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 사례의 경우 남편 측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협약에 따르면 자녀 이동 후 1년 이상 지난 상태에서 아동이 새로운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한 경우 법원이 반환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1년 기준은 소송 접수 시점으로 판단한다”며 “A씨가 지난해 1월 미국을 떠났고 남편이 올해 5월 청구했다면 이미 1년이 지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한국 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했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가 미국에서 당한 가정폭력 문제 역시 한국에서 형사 처벌 대상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한국 국적일 경우 해외 범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미국 시민권자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한국인이라면 형법 규정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례는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소개됐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