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인절스 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엔 NBA 파이널과 FIFA 월드컵 중계가 동시에 흘러나오고, 신나는 라틴 음악 리듬이 연신 공간을 채웠다. 모로코가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서던 그 순간, 호르헤 솔레어는 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아들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간혹 가족을, 특히 자녀들을 클럽하우스에 데려와 훈련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라면 그 기억이 평생 남을 것이고, 부모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간직하며 자라날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덕아웃으로 나오니 커트 스즈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일부 선수들과 번트 연습 중이었다. 웨이드 메클러, 아담 프레이저가 번트 자세를 잡았고, 좌익수 라인 쪽에서는 트래비스 다노와 호르헤 솔레어, 본 그리섬이 재활 훈련을 이어갔다. 어제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던 샘 알더게리는 에인절스 전담 리포터 에리카 웨스턴과 인터뷰 중이었다. 뒤늦게 번트 연습에 합류한 로건 오하피의 표정엔 요즘 상승세를 타는 타격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프레스박스 복도에서 NHK 출신의 한 베테랑 여성 기자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콩그래츌레이션, 한국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이겼네요? 우리는 내일 경기인데, 다운타운 리틀 도쿄에서 응원전이 있어서 자원봉사 지원했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취재를 위해 여의도 KBS에 파견됐다는 일화까지 꺼내는 그는, 일본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 여성으로서는 대모격으로 보였다. 감기 몸살로 며칠 자리를 비웠던 코지 대기자, 에인절스 TV의 프랭키 앨리스까지 합류해 넷이 오랜만에 모여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지금 농구에, 월드컵에, 야구에… 너무 많아요.” 어느새 빅에이 스타디움에는, 매일 보이다가 안 보이면 괜히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라운드의 분위기도 클럽하우스 못지않게 뜨거웠다. 에인절스는 6월 13일 토요일 홈에서 탬파베이를 8-0으로 완파하며 4연승을 달렸다. 탬파베이 시리즈 2연승이자, 시즌 29번째 승리.
투수전으로 시작된 경기는 4회 조 아델의 선제 2루타로 균형이 깨졌다. 그리고 결정적 전환점은 6회 투아웃, 덴젤 구즈만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타구는 계속 강하게 맞았는데, 이제 안타로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재능 있는 선수라 시간 문제였을 거예요.” 커트 스즈키 감독의 말이다. “그냥 내보내서 일하게 두면 됩니다.”
구즈만은 4타수 2안타 3타점. 6월 8일 콜업 이후 자리를 잡아가던 22세 도미니카공화국 산 페드로 데 마코리스 출신의 신예는, 오늘 밤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겼다. 트리플A 솔트레이크에서 타율 .336, 12홈런, 57타점으로 PCL 5월 이달의 선수를 수상한 뒤 빅리그로 올라온 그였다. 팬들 사이에서 “조로(Zorro)”로 불리는 이 청년은, 팀에 빠르게 녹아드는 중이다.

조 아델은 이번 주 두 번째 4안타 경기를 기록했다. 5타수 4안타 3득점. 경기 후 아델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공을 잘 보고,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 했어요. 영웅이 되려 하지 않았는데 팀에 도움이 됐네요.” 스즈키 감독도 아델을 향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이 선수만큼 공을 세게 치는 타자를 본 적이 없어요. 배팅 연습만 봐도 경외감이 생깁니다. 본인 존을 잡으면 그 스윙에 공이 불처럼 튀어나와요.”
도노반 월턴도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화답했다. 댈러스 출신의 32세 저니맨. 아버지 롭 월턴이 오클라호마 주립대 투수 코치였고, 어린 도노반은 야구장을 집처럼 드나들며 꿈을 키웠다. 세 번의 드래프트 끝에 2016년 시애틀 마리너스에 지명돼 프로에 입문, 네 개 구단을 거쳐 올 시즌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늘 그의 방망이는 그 긴 여정을 조용히 증명했다.

아델은 구즈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을 너무 크게 만들지 않고, 억지로 크게 치려 하지 않고, 확신을 갖고 자기 공에 집중했어요. 수비도 정말 잘하고 있고,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마운드에서는 호세 소리아노가 1회 타구를 오른쪽 가슴 쪽에 맞고도 5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76구, 5탈삼진. 경기 후 소리아노는 “매 이닝마다 조금씩 불편해졌지만, 걱정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어요. 괜찮을 거라 믿고 계속 던졌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한 달의 부진에 대해서는 짧게 답했다. “오늘 좋은 것들을 가져가서 다음 등판에 또 하면 돼요.” 이후 세미 나테라, 브렌트 서터, 커비 예이츠가 차례로 마운드를 지키며 완봉승을 완성했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