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이 4,889명으로 집계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세금 부담과 복잡한 금융 신고 의무가 시민권 포기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국세청(IRS)이 연방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공개한 자료를 인용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이 4,889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년의 4,044명보다 약 21% 증가한 수치로,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외 거주 미국인 권익단체인 Americans Overseas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시민권 포기자가 지난해보다 15%가량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독특한 시민권 기반 과세 제도(Citizenship-Based Taxation)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와 달리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미국 정부에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특히 해외 금융계좌 신고(FBAR)와 해외계좌세무준수법(FATCA)에 따른 각종 보고 의무는 해외 거주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FATCA 시행 이후 해외 금융기관들은 미국 시민 고객의 계좌 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해외 거주 미국인들은 은행 계좌 개설이나 투자상품 가입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권 포기 절차 자체도 복잡하다. 신청자는 최근 5년간의 세금 신고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경우에는 이른바 ‘출국세(Expatriation Tax)’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정치적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데일리 비스트는 해외 미국인들 사이에서 최근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과 불확실성이 시민권 포기 상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전 세계에서 에리트레아와 함께 시민권 기반 과세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생활해온 이중국적자나 이른바 ‘우연한 미국인(Accidental Americans)’들 사이에서도 시민권 포기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출처: 데일리 비스트(The Daily Beast), 2026년 6월 16일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