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차로 한 시간. 사직구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홈게임이 없었다. 대신 창원NC파크에 게임이 있다는 걸 알고 단숨에 달려왔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그러거나 말거나, 저녁 6시 30분 게임을 앞두고 4시부터 매표소가 열리고 4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구장은 예전 마산 도심 한가운데, 지금은 창원으로 통합되어 이름이 바뀌었다. 주변엔 고층 아파트와 대형 마트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22,000명 수용 규모. 내가 거의 매 홈게임에 가는 에인절스 빅에이 스타디움의 딱 절반이다.

입장하니 방문팀 SSG의 빨간 유니폼 선수들이 내야 수비와 배팅 프랙티스를 한창 진행 중이다. SSG 랜더스는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해 KBO 한국시리즈 우승 5회의 명문 구단이고, 홈팀 NC 다이노스는 2012년 창단한 신생팀이지만 2020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그러나 오늘 이 경기, 두 팀의 2026시즌 현재 순위는 10개 구단 중 NC 7위, SSG 8위다. 명문과 신생, 챔피언과 도전자에 비유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시즌 두 팀 모두 아직 하위권에서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맥주 500cc에 3,500원. 3달러. 빅에이에서 맥주 한 잔 값이 16달러인 걸 생각하면 이건 거의 선물 수준이다. 프라이드 치킨을 비롯한 먹거리도 푸짐하고 그 금액도 착하다. 입장권은 내야 1루와 홈플레이트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음료수 테이블이 있는 자리를 선택했는데 그 가격이 34,100원 20불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주차는 무료.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러간다고 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너무 저렴하며, 주차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내야석 자리를 구할 수 있다. 가격과 그에 따른 서비스를 보자면 KBO의 완승이다.

그런데 그라운드를 보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야 잔디 상태는 양호했다. 문제는 내야였다. 그라운드 크루의 움직임이 어딘가 엉성하다. 장비도 그렇고, 인력들의 민첩성과 전문성이 내가 익숙하게 봐온 메이저리그의 그것과는 달라보였다. 화려한 구장 외관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현실 사이의 간극. 작은 차이 같지만, 야구는 디테일의 스포츠다.
양 팀 선발은 모두 외국인 용병이었다. NC 다이노스의 선발은 토다, SSG 랜더스의 선발은 베니지아노. 포심 패스트볼이 베니지아노는 90~92마일, 토다는 93~94마일. 메이저리그 로테이션 5선발의 평균 구속이 94~96마일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다. 변화구 두세 개를 섞는 스타일. 6회 콜드게임으로 끝났지만, 솔직히 말하면 경기 내내 인상적인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
내야 수비도 그랬다. 메이저리그에서 일상이 된 오버 시프트, 데이터 기반의 포지셔닝. 창원NC파크의 내야수들은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외야수들의 송구는 정확성이 많이 떨어졌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손의 미끄러짐이 있었을 것이다.

관중석을 둘러봤다. 치어리더를 앞세운 응원은 6이닝 내내 끊이지 않았다. 열기만큼은 메이저리그 못지않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뜨겁다. 그런데 묘하게 아쉬운 게 있었다. 관중 대부분이 젊다. 나이 지긋한 노부부, 수십 년 세월이 얼굴에 묻어나는 베테랑 팬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야구를 오래 사랑해온 사람들의 얼굴이 없는 구장. 이게 하나의 우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몇 주 전, 자주 마주치는 일본 공동통신 케이조 코니시(케이조니시는 미국 상주 메이저리그 기자로 20년 넘은 경험이 있고, 미국 야구기자협회- BBWAA- 회원이기도 하다.)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말했다. “요즘 일본 야구가 뒤로 가는 것 같습니다.젊은 선수들의 도전정신이 예전 같지 않아요.” 20년 넘게 메이저리그를 취재해온 베테랑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일본 야구에는 오타니가 있고 야마모토가 있다, 이번 시즌에는 무라카미와 오카모토도 합류해 타격에서도 대 활약을 벌이고 있다. 뒤로 간다는 일본 야구조차 한국 야구가 넘보기 힘든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이 걱정하는 그 지점에서 한참 더 아래를 걱정해야 한다.
2006년, 한국 야구는 WBC에서 일본을 두 번 꺾고 준우승을 했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다. 구장도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야구가 더 강했다. 지금 창원NC파크는 크고 깔끔하다. 그런데 그라운드 위의 야구는 그때보다 약해졌다.

오늘 NC의 에이스 역할을 한 데이비슨은 메이저리그에서 공갈포로 분류됐던 선수다. 애리조나,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다저스까지 전전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 진출, 그 다음으로 2024년 KBO의 다이노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그 해에 46개의 홈런을 날리며 바로 홈런왕이 됐다. 이걸 성공 스토리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창원NC파크의 응원 소리는 오늘도 크고 뜨거웠다. 그 열기가 언젠가 그라운드 위의 야구를 바꿀 수 있을까. 그걸 알고 싶어서 오늘 여기까지 왔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