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언론계와 정·재계를 아우르는 대표적 영향력 인물로 꼽혔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삼성가 사위이자 중앙일보와 JTBC를 이끌며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군림했던 그는 주미대사를 지냈고, 한때는 대통령 후보군으로까지 거론됐다. 정계와 재계, 외교가를 넘나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홍석현의 이름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 권력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중앙그룹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JTBC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중앙일보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과 언론계에서는 중앙그룹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JTBC의 채무 상환 과정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가 불거졌고,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비용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제한 및 지급 정지 조치가 시행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임직원 급여 지급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때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던 중앙그룹이 이제는 유동성 위기와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위기의 배경으로 홍정도 부회장 체제의 경영 전략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홍정도 부회장은 홍석현 전 회장의 장남으로 사실상 중앙그룹 경영 승계를 완료한 인물이다.
하지만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중앙그룹은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지속했다.
드라마 제작 확대, 디지털 플랫폼 구축, OTT 사업 확대, 신사업 진출과 함께 국제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림픽과 FIFA 월드컵 중계권 사업이다.
JTBC는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이 투입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확보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브랜드 가치 상승과 시청률 확보를 기대했지만, 방송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방송사 위상을 높여주는 상징적 콘텐츠지만 중계권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광고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넷플릭스와 유튜브, 디즈니+, 각종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전통 방송 광고시장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중앙그룹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콘텐츠 투자와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을 동시에 추진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전략을 두고 “승부수”라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고위험 베팅에 가까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특히 드라마 제작 확대, OTT 투자, 스포츠 중계권 확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그룹 전체의 차입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JTBC는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이라는 상징적 자산을 확보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고, 오늘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을 맞게 됐다.
언론계에서는 “홍정도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전략은 있었지만 수익 전략은 없었다는 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앙그룹은 방송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베팅을 반복했다”며 “지금 와서 보면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확보는 경영적 판단이라기보다 승부사적 성격이 강했던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그룹의 위기는 최근 경영 실패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홍석현 전 회장 역시 과거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30억 배달사고’ 의혹이다.
2005년 5월 경향신문은 검찰이 1999년 보광그룹 탈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 측 차명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30억 원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는 해당 자금이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전달하려 했던 자금 가운데 일부였으며, 전달 과정에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은 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한겨레는 정치권 관계자와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해당 자금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아니라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 측이 거부한 돈이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후보 측이 자금 수수를 거부했고, 결국 돈이 전달되지 못한 채 홍석현 사장 측 관리 계좌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0억 배달사고’ 논란은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됐지만 지금까지도 당시 경위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홍 전 회장은 또 보광그룹 탈세 사건으로 1999년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2000년 광복절 특별사면과 복권을 통해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고, 이후 중앙일보와 JTBC를 한국 대표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결국 중앙그룹의 역사는 홍석현 시대와 홍정도 시대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석현 시대가 논란 속에서도 영향력과 규모를 키운 성장의 시대였다면, 홍정도 시대는 무리한 투자와 확장 전략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시기라는 것이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홍석현은 논란은 많았지만 회사를 키웠고, 홍정도는 회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까지 나온다.
물론 종이신문 시장 붕괴와 디지털 전환, 광고시장 위축 등 언론산업 전체가 겪는 구조적 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JTBC 회생 절차, 디폴트 논란, 법인카드 정지설, 중앙일보 경영난, 급여 지급 우려 등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태는 단순히 외부 환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홍석현이 구축한 ‘중앙 왕국’. 그 왕국은 지금 아들 홍정도 체제에서 창사 이후 가장 심각한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중앙그룹의 추락은 단순한 한 언론기업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과 영향력, 무리한 확장과 승계 경영, 그리고 수익성보다 규모와 존재감을 우선시한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한국 언론재벌사의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K-News LA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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