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법원이 푸드스탬프(SNAP) 수혜자들의 탄산음료와 사탕 구매를 제한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와 일부 주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는 22일 판결에서 연방정부가 SNAP 혜택 사용을 제한하면서 스스로 정한 ‘식품(food)’의 법적 정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현재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던 23개 주의 SNAP 구매 제한 조치는 효력을 잃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잭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SNAP 가구의 건강을 개선하고 더 건강한 식품 선택을 장려하려는 진정한 의도를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법과 자체 규정을 위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제한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만, 당뇨병, 만성질환 증가의 원인으로 탄산음료와 사탕을 지목하며 SNAP 혜택으로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농무부는 지금까지 23개 주에 관련 제한 조치 시행을 승인했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었고, 나머지 주들도 향후 수개월 또는 수년 내 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조치가 의회가 정한 SNAP 법률 취지와 충돌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연방법은 SNAP 혜택을 “가정 내 소비를 위한 모든 식품 또는 식품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류, 담배, 즉석 조리식품 등 일부 품목만 예외로 제한한다.
판사는 농무부가 주정부의 요청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법률상 정의와 다른 별도의 식품 기준을 적용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콜로라도,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테네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SNAP 수혜자들이 제기했다.
특히 콜로라도에서는 올해 3월 공청회에서 수혜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금지 품목을 잘못 구매하려다 낙인을 찍힐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과일·채소 주스 함량이 50% 이상인 음료는 허용하면서 그 미만 제품은 금지하는 등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각 주의 제한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일부 주는 탄산음료와 사탕 모두를 금지하려 했고, 다른 주는 설탕이 들어간 음료만 제한하려 했다. 일부 주에서는 스포츠 음료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브룩 롤린스 장관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동가 성향의 판사가 SNAP 혜택으로 탄산음료와 정크푸드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상식적인 제한 조치를 막았다”며 “행정부는 미국인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추가 입법 없이 정책을 변경할 권한이 있는지를 둘러싼 수십 건의 소송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한편 SNAP은 미국 내 약 3,900만 명이 이용하는 최대 규모 식품 지원 프로그램으로, 미국인 9명 중 1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