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은 때로 가장 잔인하고도 정확한 위로가 된다. 싱어송라이터 권진아가 부른 발라드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의 애달픈 선율이 28일 JTBC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방송 클로징 화면 위로 흘렀다.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에 덜미를 잡히며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여정이 허망하게 멈춰 선 직후였다. 이별의 상실감을 덤덤히 읊조리던 노랫말은 그라운드 위 집단적 비애와 포개어졌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 앞에서도 온 마음을 내던진 ‘바보’들은 실패자가 아니다. 다칠 것을 알면서도 진심을 다하는 맹목은, 성과만을 계량하는 세계에서 윤리적 주체가 지킬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미학이다. 중계권 미납 위기 속에서도 끝내 전파를 쏘아 올린 방송사의 동병상련마저 이 선곡의 행간에 짙게 배어 있다.
작가 닉 혼비가 축구 에세이 ‘피버 피치’에서 말했듯, 우리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투자하는 법을 배우며 삶의 이면을 깨우친다. 스포츠의 잔혹함은 진심의 크기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지만, 슬픔을 냉소하지 않고 비애를 기꺼이 앓아내는 선수와 팬들의 진심은 결코 조롱받을 수 없다. 기꺼이 바보가 된 이들의 쓰라린 밤 곁에 권진아의 목소리가 묵묵히 머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