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 단속 대상을 출산을 위해 미국에 입국하는 부모에서 브로커와 알선업체, 해외 의료기관 관계자 등 조력자들까지 대폭 확대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23일 원정출산에 관여하거나 이를 알선·지원하는 외국인의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공개한 정책에 따르면 제재 대상은 원정출산에 직접 참여한 외국인뿐 아니라 상업적 원정출산 네트워크의 소유주와 운영자, 관리자까지 포함된다.
특히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임신부들에게 방문 목적을 허위로 진술하도록 지도하는 이른바 ‘비자 픽서(fixer)’와 원정출산을 알고도 지원하는 해외 의료기관 관계자도 비자 제한 대상이 된다.
메디케이드 등 미국의 공공 의료지원 제도를 부정하게 이용하도록 돕거나 원정출산 사업을 지원·방조하는 개인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국무부는 일부 대상자의 가족 역시 비자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민·국적법(INA) 212(a)(3)(C) 조항에 근거해 시행된다.
루비오 장관은 해외 원정출산 업체들이 미국 시민권 취득을 상품처럼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비자 신청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하고, 미국 내 출산을 주선하는 대가로 수만 달러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 추진해 온 원정출산 단속을 한 단계 강화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4월 ‘원정출산 이니셔티브(Birth Tourism Initiative)’를 시작하고 임신부들의 비자 허위 신청을 지원하는 조직과 네트워크를 추적해 왔다.
이어 법무부는 지난 6월 연방 검사들에게 원정출산 관련 사건을 우선적으로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비자 신청 과정에서 미국 방문 목적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 비자 사기뿐 아니라 사건에 따라 신원도용, 송금사기, 돈세탁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원정출산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뿐 아니라 이들의 입국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도록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에 지시했다.
행정명령은 원정출산을 지원하거나 가능하게 한 미국 내외의 기업·단체·개인도 단속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외국인이 아이를 낳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관광·상용 비자 등을 신청하면서 실제 미국 입국 목적이 출산이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다. 미국은 2020년부터 출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B 관광비자 발급을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원정출산 단속은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임신부 개인에 대한 심사를 넘어 해외에서 고객을 모집하는 업체와 비자 브로커, 의료기관 등 원정출산 산업 전반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