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러시아 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일제히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부차에서 민간인들이 살해된 사진을 보고 심히 충격받았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책임을 묻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잔혹한 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과 정의가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규탄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다만 집단 학살로 보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을 강력 규탄하며, 러시아 정권에 책임을 묻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트뤼도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계속하겠다”며 “이 터무니없고 끔찍한 공격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럽 정상들도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푸틴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며 “푸틴의 전쟁 기계를 굶주리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 범죄 조사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참을 수 없다”며 “비겁하게 암살된 민간인 수백명에게 연민을 보내며,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국제 경제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러시아 당국은 이번 범죄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끔찍하고 소름 끼친다”고 충격을 표했다.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방어를 더욱 지원할 것”이라며 “전쟁 범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추가 제재 준비에 나서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해방된 키이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잔혹 행위 이미지가 잊히지 않고 있다”며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미셸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와 비정부기구(NGO) 지원을 위해 국제 법정에서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EU 차원에서 추가 제재와 지원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계획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 대사들이 오는 6일 새로운 러시아 제재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선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독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EU 차원에서 러시아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에서 이같은 취지의 주장이 나온 건 이례적인 일로,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 전면 제재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하원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원유와 가스 전면 제재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부차 사례가 나와야 하냐”며 제재를 촉구했다.
앞서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이다”라며 “이건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 학살)다”라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날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이 고의적이라며 “러시아인들은 할 수 있는 대로 많은 우크라이나인을 없애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