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한 번만 섭취해도 장내 유익균 비율이 증가해 면역력 등 건강을 좌우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리 유안 쿤(李元坤) 싱가포르 국립대학 미생물과 면역학과 교수는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식품·의약품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레·향신료로 맞이하는 100세 시대’를 주제로 열린 ‘제7회 카레 및 향신료 국제심포지엄’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리 교수는 “장내 미생물 구성은 면역 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 번의 카레 섭취만으로도 사람의 장내에서 비피두스균 등 유익 세균의 비율이 증가했지만 유해 세균의 비율은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폴리페놀(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카레를 즐겨 먹으면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몰려있는 장(腸)에서 미생물의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심포지엄에선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의 노란색 색소 성분인 커큐민이 T세포·B세포 등 면역세포의 생성을 도와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연구결과도 주목받았다.
최제민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커큐민을 투여한 실험용 흰쥐의 림프샘을 관찰한 결과 B세포 등 면역세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커큐민이 항체 생산을 도와 독감·감기 등 각종 감염병과 암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레는 강황·후추·생강·계핏가루·겨자 등 20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복합 향신료다. 커큐민은 항산화·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 민슝(潘敏雄) 국립대만대학 식품과기연구소 교수는 커큐민이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해 항암·항염증·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판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커큐민의 일종인 칼레빈-A는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비만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생강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인 진저롤과 쇼가올이 염증 및 암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알렸다.
심포지엄에선 카레에 들어가는 생강과 후추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변상균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카레를 구성하는 생강·후추가 류머티즘 관절염과 암 치료를 돕는다는 사실을 동물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며 “특히 생강에 풍부한 쇼가올은 우수한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 효능, 후추의 성분인 파이퍼롱구민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효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