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인터뷰가 더 이상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이민 단속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FBI 신원조회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영주권 인터뷰에 출석한 신청자가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일간 더 타임스(The Times)는 미국 시민권자 배우자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한 영국 국적 남성이 USCIS 영주권 인터뷰에 출석했다가 즉시 ICE에 체포돼 루이지애나 이민구금시설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오래전 내려진 추방명령이 FBI 신원조회 과정에서 다시 확인되면서 인터뷰 직후 체포됐다. 그는 현재 추방 절차를 진행 중이며, 시민권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은 갑작스럽게 생계와 가족 분리 위기에 놓였다.
이 사례는 최근 이민 변호사들 사이에서 잇따라 보고되는 유사 사례 가운데 하나다. 과거 추방명령(Final Removal Order)이나 미해결 형사 사건, 허위 신분 사용 기록 등이 있는 신청자들이 영주권 인터뷰 과정에서 적발돼 현장에서 구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연방 정부가 올해 도입한 강화된 FBI 보안 심사 시스템이 있다.
연방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영주권(I-485), 시민권(N-400) 등 대부분의 이민 신청에 대해 FBI의 차세대 신원조회 시스템(NGI·Next Generation Identification)을 활용한 확대 보안 심사를 의무화했다.
기존 지문 조회보다 훨씬 많은 연방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확인하는 방식으로, 과거 추방명령, 체포 기록, 형사 사건, 생체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조회할 수 있다.
USCIS 심사관은 이러한 보안 조회가 완료되기 전에는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을 승인할 수 없도록 내부 지침도 강화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과거 이민법 위반 사실이 있는 신청자일수록 인터뷰 전에 자신의 기록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추방명령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과거 출입국 기록과 현재 신청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인터뷰가 승인 절차가 아니라 ICE 단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인터뷰 통지서를 받은 뒤 과거 이민 기록과 법원 기록을 다시 확인하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전하고 있다.
메릴랜드에서는 영주권 인터뷰에 출석한 신청자를 ICE가 체포한 사건을 둘러싸고 연방법원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법원은 한때 인터뷰 현장 체포를 일시적으로 제한했지만, 연방 정부가 항소하면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 전문가들은 “영주권 인터뷰 통지서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추방명령이나 형사 사건, 이민법 위반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인터뷰 전에 반드시 이민 전문 변호사와 기록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치는 보안 심사 강화라는 명분 아래 시행되고 있지만, 이민자 사회에서는 합법적인 신분 조정을 위해 USCIS를 찾았다가 오히려 구금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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