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데저트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인 여성 김경미(비키 경미 김·Vicky Kyung Mi Kim·65) 사건과 관련해, 숨진 남편이 머리와 얼굴, 몸 곳곳에 심각한 둔기 외상을 입은 채 발견됐으며 시신은 러그 또는 담요에 싸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 안에서는 다량의 혈흔과 함께 누군가 범행 흔적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이는 청소 흔적도 발견돼, 경찰이 도착하기 전 김씨가 남편의 시신을 숨기거나 처리하려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재 김씨에게 별도의 사체유기 혐의가 적용된 것은 아니며, 실제로 시신을 집 밖으로 옮기려 했는지 여부도 수사당국이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셰리프국(Riverside County Sheriff’s Office)의 보석 결정 관련 진술서 등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4일 오전 팜데저트 게이트웨이 드라이브(Gateway Drive)의 콘도에 들어갔을 당시 복도와 거실 벽 등에서 혈흔이 발견됐다.
현장에는 누군가 피와 범행 흔적을 닦아내려 한 것으로 보이는 청소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어 집 안에서 김씨의 남편 리처드 카우프먼(Richard Kaufman·77)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러그 또는 담요에 싸여 있었으며 이미 일부 부패 징후가 나타난 상태였다. 얼굴과 몸에는 상당한 양의 피가 묻어 있었던 것으로 수사기록에 나타났다.
특히 수사관들은 카우프먼의 머리와 얼굴, 몸 전체에서 여러 차례 둔기에 맞은 것으로 보이는 외상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한 차례 가격한 수준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강한 충격을 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상이 몸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살해 도구와 관련한 정황도 구체화되고 있다.
검찰의 형사 기소장에는 김씨가 남편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깃대(flag pole)를 사용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셰리프국 수사자료에는 현장에서 대형 금속 커튼봉이 발견됐으며, 커튼봉 끝에 달린 무거운 원형 장식물에서 혈액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범행에 사용된 도구가 깃대였는지 금속 커튼봉이었는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태다.

사건 당시 김씨의 행동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김씨는 콘도 밖에서 한 목격자와 함께 있었으며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당시 남편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고, 앞서 부부싸움이 있었지만 남편이 “잠을 자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집 안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남편은 이미 숨진 상태였고 시신은 러그 또는 담요에 싸여 있었다.
수사당국은 시신의 상태 등을 토대로 카우프먼이 정확히 언제 숨졌는지, 김씨가 사망 이후 얼마 동안 시신과 함께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씨가 이전부터 남편을 상대로 반복적인 폭력과 학대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매체 KESQ가 확보한 법원 기록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25년 9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모두 6차례 체포됐으며, 검찰은 이 가운데 남편과 관련된 5건의 가정폭력 사건에서 모두 10개 혐의를 적용했다.
혐의에는 배우자 폭행, 배우자 상해, 노인학대와 함께 법원이 내린 보호명령을 어긴 혐의 등이 포함됐다.
특히 올해 1월 사건에서는 경찰이 카우프먼의 코에서 뚜렷한 부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기록에는 김씨가 돈 문제와 외도 의혹 등을 놓고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다 얼굴을 폭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원은 당시 김씨에게 남편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리버사이드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이후 법원은 검찰의 반대에도 일부 중범죄 혐의를 경범죄 수준으로 처리하고 김씨를 석방했으며,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졌던 형사 보호명령도 종료했다.
김씨의 남편에 대한 학대 의혹은 신체적인 폭력에만 그치지 않았다.
셰리프국 수사자료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부터 성인보호서비스(Adult Protective Services)는 카우프먼을 둘러싼 노인 금융착취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등 금융기관들은 김씨가 남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거액의 자금을 옮기려 한 것과 관련해 의심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은 김씨가 카우프먼에게 자신의 계좌에서 거액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강요하려 했다는 내용까지 관계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부부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살인이라기보다, 수개월간 반복된 폭행과 노인학대, 보호명령 위반, 금융착취 의혹이 이어진 끝에 남편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라는 정황이 수사기록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김씨는 현재 1급 살인 혐의와 함께 흉기 사용 및 중상해 관련 가중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보석 없는 구금을 요청했으며 법원 기록상 보석금은 1,000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
김씨의 인정신문은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연기됐다. 법원은 김씨가 법정에 출석할 수 있다는 의료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예정됐던 심리를 잇달아 연기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셰리프국은 지난 4일 오전 9시47분께 팜데저트 게이트웨이 드라이브 35000블록의 디 엔클레이브(The Enclave) 콘도 단지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심각한 외상을 입고 숨진 카우프먼을 발견하고 김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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