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현지시간)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던 브라질 하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일 만에 권력 이양에 동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분 동안의 짤막한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에게 평화를 지키도록 촉구했으며,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면서 좌파를 비판하고, 자신은 언제나 헌법을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패배한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였음을 인정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다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 뒤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단에 올라 현 정부가 신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로 노게이라 비서실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법에 따른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 이양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비서실장의 발언을 선거 결과에 불복해 전국의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화물 트럭 운전자 등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패배를 받아들일 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시위에 대해 “선거 과정에 분개하고 불공정하다는 느낌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으나 도로 점거를 멈추도록 촉구했다. 그는 “평화적 시위는 언제든 환영이지만 우리가 좌파처럼 수시로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재물을 손괴하고 권리를 억압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자측에 권력을 이양하기로 결정한 것은 브라질 민주주의에 희소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의 선거 체제가 부패했다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30일 투표를 앞두고 좌파가 투표를 조작하려한다고 시사했었다.
이어 선거 패배가 발표된 뒤 이틀 동안 보우소나루가 침묵을 지키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처럼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 왔다.
그러나 브라질의 권력 이양이 가능해졌고 룰라 당선자는 오는 1월1일 취임할 수 있게 됐다. 룰라 당선자는 부패혐의로 17개월간 투옥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일 연설에서 룰라 당선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질의 좌우 대립이 깊어짐에 따라 룰라 대통령은 통치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가장 적은 표차인 200만표 차이로 신승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 상당수가 룰라 당선자를 범죄자로 생각하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으며 극우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1일 오후까지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트럭 운전자들이 브라질 27개 주 중 22개주의 도로 227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행을 막고 있다. 경찰이 선거일부터 현재까지 치운 바리케이드만도 330곳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