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과 채권은 가격이 급등하고 경기침체 우려에 증시는 흔들리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거래소에서 순금 한 돈(3.75g) 시세는 전날 34만7000원으로 고시됐다. 하루 새 6000원이 더 뛴 가격이다. 금값은 지난해 말(12월31일) 기준 32만원에서 올해 들어서만 2만7000원 상승했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931.30달러로 장을 마쳤다. SVB에 이은 CS발 위기감에 1.1%(20.40달러) 오르면서 6주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SVB에 이어 다음 타자가 CS가 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큰 낙폭을 보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223%포인트 하락한 3.46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일(-0.288%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354%포인트 하락한 3.891%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하루 새 30bp(1bp=0.01%포인트) 넘게 움직인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의미다.
CS는 연례보고서에서 “2021, 2022 회계연도 재무 보고에 대한 그룹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해 고객 자금 유출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국립은행(SNB)은 “추가적인 투자는 규제로 인해 불가능하다”며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달러도 뛰고 있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03.7원)보다 9.3원 상승한 131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SVB 사태로 유럽 내 문제 은행으로 지목됐던 CS도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1310원대로 올라섰다.
증시는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 1.81포인트(0.08%) 하락한 2377.9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CS 파산 우려 부각의 영향으로 1% 약세 출발했고, 한때 1.41% 하락하며 234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외국인은 매도세를 보이며 우리 증시의 약세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CS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프랑(540억 달러)을 차입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에 대한 우려를 축소했다”며 “당장 급한 불은 약해지는 것으로 보이나 아직 사태가 완전히 종결된 것이 아니다. 당분간 관련 뉴스 플로우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