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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타임스케치] 2026년, 우리는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속도의 시대에 다시 묻는 방향의 문제

2026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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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유목민족에게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길을 찾는 도구이자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동반자였다. 말을 탄 이는 속도를 재촉하기보다는 바람의 결, 별빛의 위치, 말의 숨결을 읽으며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먼저 물었다. 그것은 그들의 생존이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초원이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그 본질적인 질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건 각자의 마음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말’이 한 필씩 존재해서다. 누구는 책임이라는 말 위에, 어떤 이는 욕망과 성취라는 말 위에, 또 다른 이는 기억과 관계라는 말 위에 몸을 싣고 달린다.

헌데 문제는 속도 자체가 아니라, 속도를 우선순위로 삼는 태도에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더 빨라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질문을 뒤로 미루곤 한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그 질문 한가지를 곱씹어봐야할 것 같다. ‘나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방향을 점검하지 않은 채 속도만 높이는 사회는 언젠가 피로와 소진이라는 장벽 앞에 서기 마련이고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일 게다. 느리더라도 방향이 올바르면 자신만의 지평선에 도달할 것이지만, 잘못된 방향 위의 질주는 성과처럼 보일 뿐 실상은 소모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것은 올해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1776년의 독립선언은 단순히 정치 체제를 바꾸는 사건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 선택의 선언이었다. 자유, 시민, 책임, 공동체라는 가치가 국가의 방향을 정했고, 그 방향은 이후 수 세대의 논쟁과 갈등, 성취와 실패를 동시에 끌어안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오늘의 미국은 기술 혁신, 글로벌 경쟁, 정치적 양극화, 이민과 정체성의 문제 등 다양한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250주년은 과거의 승리를 기념하는 기념일이기 이전에 그 방향이 오늘에도 유효한지 점검하는 시간이어야 할 때라 본다.

2026년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다.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마[뉴시스]
자유는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해 왔는지, 성장은 모두에게 같은 의미였는지, 민주주의가 속도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소모품처럼 취급되지는 않았는지. 따라서 독립 25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가 새해의 다짐처럼 되새기고 시작할 질문은 ‘더 빨리 갈 것인가, 아니면 더 바르게 갈 것인가?’ 일 것이다. 바로 250년 전의 선택처럼 말이다.
이 선택은 국가나 조직 그리고 각 개인의 삶의 결정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국가도 개인도 방향을 묻지 않으면 속도에 끌려가는 존재가 되면서 생산과 효율은 남기겠지만 신뢰와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에서 우리는 종종 욕망이라는 채찍으로 몰아세우거나 고삐를 과도하게 붙들며 멈추어 서기더 한다. 그러나 삶은 통제와 강요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방향을 점검하고, 관계를 돌아보고, 처음 품었던 의미를 되살릴 때 비로소 다음 걸음이 열린다. 이는 자기만의 성찰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이제 새해는 우리 모두에게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즉, 과거를 미화하거나 미래를 낙관하기 위한 의식이 아니라 지나온 선택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의 선택을 책임 있게 설계하기 위한 그런 시간, 그래서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동시에 성숙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50년 전의 문장이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방향은 함께 살아갈 미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고 있는가?’ 몽골의 오래된 격언이 생각난다. ‘말이 멈추는 곳이 우리의 쉼터이고, 말이 달리는 곳이 우리의 미래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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