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시점의 모호함, 부검 거부, 경찰의 추가 조사… 그리고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의혹
지난 2025년 2월 26일, 전설적인 배우 진 해크만(94)과 그의 아내 베시 아라카와(60대 후반)가 뉴멕시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람의 사망을 자연사로 발표했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 사망 시점의 모호함과 부검 거부, 경찰의 추가 조사 등 여러 정황이 단순한 죽음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해크만이 남긴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찰과 의료진의 조사 결과, 해크만의 심박 조율기(Pacemaker)는 2025년 2월 17일에 작동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사망 시점이 2월 17일로 추정되지만, 그의 시신은 발견되기까지 무려 9일이 걸렸다.
특히 그의 아내 베시 아라카와의 시신에서는 부분적으로 미라화(mummification) 현상이 진행된 흔적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미라화가 시작되려면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최소 며칠 이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시신 발견이 늦어진 점과 함께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해크만 부부는 외부와의 접촉이 끊긴 사람들이 아니었다. 뉴멕시코의 자택에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가사 도우미와 관리인이 있었으며, 주변 지인들도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일 동안이나 아무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의문을 남긴다.
보통 갑작스러운 사망이 발생하면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크만 부부의 유족들은 부검을 강하게 거부했으며, 결국 사망 원인은 공식적으로 ‘자연사’로 기록됐다.
그러나 사망 직전까지도 베시 아라카와는 친구들과 연락하며 “매우 기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People 매체는 보도했다. 그녀를 잘 아는 지인들은 “베시는 건강했고, 갑작스러운 사망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만약 두 사람이 오랜 지병으로 인해 사망했다면 부검을 거부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을 의심스럽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 점을 고려하면, 유족의 부검 거부가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TMZ가 입수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해크만 부부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의 처방약과 의료 기록, 전자기기 등을 압수했다. 압수된 물품 목록에는 혈압약(Diltiazem), 갑상선 치료제, 타이레놀 등의 약품과 함께 MyQuest 계정(온라인 의료 기록 저장 시스템), 2025년 달력, 휴대전화 2대가 포함됐다.
경찰이 단순한 자연사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의료 기록과 통화 내역 등을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가 조사 중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마지막 통화 기록과 건강 상태가 경찰 수사의 핵심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 해크만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 중 한 명으로, 다수의 영화와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약 8,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해크만 부부에게는 친자식이 없으며, 가까운 가족도 많지 않다. 따라서 유산이 베시 아라카와의 가족에게 상속될 가능성, 혹은 재단 기부, 심지어 상속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유산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자연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거액의 유산 문제일 수도 있다.
TMZ가 공개한 911 신고 녹음 파일에서, 신고자는 “그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제발 빨리 와달라”며 긴급 출동을 요청했다.
보통 자연사라고 하면 신고자가 즉시 사망을 확신하기보다는 의료진의 확인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고자는 마치 즉시 사망을 확신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신고자는 가족이 아닌 익명의 ‘도움이’었다.
해크만 부부가 가까운 친척들과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왜 가족이 아닌 관리인이 사망을 가장 먼저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9일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해크만 부부의 죽음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시신이 9일간 방치된 점, 부검 거부와 유족의 미온적인 반응, 사라진 의료 기록과 경찰의 추가 조사, 미라화 진행과 신고자의 다급한 반응, 거액의 유산과 상속 문제 등 해크만 부부의 죽음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 공식적으로 타살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건을 “의심스럽다”고 보고 추가 조사 중이다. 만약 해크만 부부의 마지막 통화 기록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거나, 의료 기록에서 의심스러운 단서가 나온다면 사망 원인에 대한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도 있다.
과연 해크만 부부는 자연사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모르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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