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한인타운의 상징적인 돼지갈비 맛집 ‘함지박’이 최근 6가점 운영을 종료한 데 이어, 피코점도 이달 말 폐업을 앞두고 있다.
30년 넘게 한인타운 고유의 맛과 분위기를 대표해 온 함지박 식당의 폐업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한 시대의 종말”이자 한인 외식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한인타운 6가점은 이미 굳게 닫힌 상태였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 “피코점은 12월 말 문 닫는다”는 글이 공유되며 폐업 소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마지막 방문 후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폐업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고기 공급업체의 부채 회수 소송이다.
본지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2024년 9월 12일, 이 식당에 돼지고기를 공급해오던 요세미티 밸리 비프(Yosemite Valley Beef Distributors, LLC)가 함지박 식당의 법인인 ‘Hamjipark DTAL Classic, Inc.와 운영자 조원대, 공동 피고 김미미 상민 등을 상대로 LA 수피리어 법원에 미지급 고기 대금 채권 회수 소송(Commercial and Trade – Debt Collection)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사건 상태는 Open(진행 중)으로 기록돼 있다.
소송 문서에 따르면 공급업체는 함지박 측이 정기적으로 공급받은 육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채무 회수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함지박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한 현금 흐름 문제에 직면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육류전문 식당이 정육 공급사 대금을 미지급한 것은 외식업계에서는 사실상 운영 한계선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라고 설명했다.
함지박의 창업주 김화신씨가 지난 2022년 별세한 이후 딸과 사위가 가게를 맡았으나,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인건비 증가, 공급가 상승이 한꺼번에 겹치며 재정난이 빠르게 악화됐던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한 시대의 끝”이라는 반응
레딧에서는 함지박 폐업 소식이 올라오자 이 식당을 즐겨 찾았던 단골 고객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여기 돼지갈비는 타운에서 유일무이했다.” “관광객 친구들을 데려가면 항상 반응이 좋았던 집인데 너무 아쉽다.” “추억이 많은 가게였다. 또 다른 노포가 사라진다.”
특히 일부 이용자는 “김 사장님 돌아가신 뒤 예전 맛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함지박은 함지박이었다”며 창업주 김씨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함지박의 창업주는 한국식 돼지갈비를 LA 현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고 김화신씨다. 김씨는 1980~90년대 한인타운 외식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돼지갈비 전문점’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미국 시장에서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매일 새벽마다 직접 양념을 배합하고 불 조절을 확인하며 “돼지갈비는 결대로 굽고 바로 내야 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 외식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에는 일본계와 멕시칸 고객들이 일부러 찾아올 만큼 매운 돼지갈비의 독특한 풍미가 화제가 되었고, 6가 함지박은 곧 한인타운 명소가 됐다.
김씨는 은퇴를 앞두고도 주방과 홀을 지휘하며 가게 정체성을 지키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이 악화돼 결국 지난 2022년 별세했고, 그의 사망은 함지박 운영 체계에 큰 공백을 남겼다.
김씨의 자녀 세대가 가게를 인수해 3년간 운영을 이어갔지만, 창업주의 방식·레시피·경영철학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함지박의 폐업은 식당 한 곳의 폐업이 아니라, 한인타운 외식사에서 중요한 장을 차지했던 노포의 퇴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30년 넘게 한인들의 일상, 이민 1세대의 외식 문화, 타인종 고객의 한식 경험을 모두 아우르던 ‘돼지갈비집’ 함지박의 이름은 이제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됐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