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법무부는 지난 2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패션 노바가 집단소송 원고측과 지난해 515만 달러에 합의한 내용이 장애인 권리 보호라는 핵심 취지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법원에 기각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합의금 규모를 넘어 ADA(장애인법) 소송에서 실질적 개선 없는 합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연방 당국이 직접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소송은 시각장애인이 스크린 리더를 이용해 패션 노바 웹사이트에 접속하려 했지만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주장으로 시작됐다. 원고 측은 해당 웹사이트가 화면 낭독기와 호환되지 않고 상품 정보와 결제 과정 접근이 제한돼 시각장애인이 정상적인 쇼핑 경험을 누릴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ADA Title III와 ‘캘리포니아 언루 민권법’애 근거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패션 노바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지난해 515만 달러 규모 합의에 동의했다. 합의 대상은 2018년 2월 26일 이후 웹사이트 접근을 시도한 전국 시각장애인과 캘리포니아 하위 클래스로 구성됐으며 실제 현금 보상은 캘리포니아 거주자에게만 지급되는 구조였다.
합의 조건에 따르면 집단소송 원고 구성원들은 한 사람당 최대 4,000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지급액은 청구 인원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전국 클래스 구성원은 금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상당수 피해자가 실질적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합의의 가장 큰 문제로 웹 접근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무부는 웹사이트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부족하고 이행 여부를 검증할 감독 체계가 없으며 장애인이 실제로 접근 가능한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는 ADA가 요구하는 동등한 접근권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법무부의 판단이다.
또, 법무부는 피해자들이 보상을 신청하기 위해 개설된 클레임 사이트조차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리더가 핵심 항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버튼 작동이 원활하지 않으며 오류 안내 기능도 미흡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이러한 구조가 원고가 제기한 위반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패션 노바는 LA 다운타운 패션 지구를 중심으로 한인 의류·봉제업체들과 긴밀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는 LA 한인 의류·봉제업계의 최대 납품처 중 하나다. LA 다운타운 산타피 애비뉴 일대 한인 도매·봉제 업체들이 주요 하청 파트너로 참여해왔다. 패션 노바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LA 한인 의류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이번 소송의 여파와 ADA 웹 접근성 기준 강화 추세는 한인 업계도 예의 주시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안은 한인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 기업에 대한 웹 접근성 규제가 강화될 경우 납품업체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ADA 소송의 흐름이 단순한 금전 합의에서 구조적 개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문제 발생 이후 합의금 지급으로 분쟁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실제 접근성 개선과 지속적인 관리 체계 구축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단순한 소비자 집단소송을 넘어, 온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모든 업체에 웹 접근성 기준 준수가 법적 의무임을 재확인시켜주는 사례다. 법무부가 합의 거부를 촉구하며 더 강력한 이행 체계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ADA 웹 접근성 관련 소송 기준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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