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국회의원직 사퇴안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상정된 ‘국회의원 이낙연 사직의 건’을 재석 209명 중 찬성 151명, 반대 42명, 기권 16명으로 가결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한지 일주일 만이다.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사퇴안을 부의해 무기명으로 표결 처리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가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자 대선 경선 후유증 등을 우려, 만류해 왔지만 당사자의 의지를 꺾지 못해 결국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사직안 상정·처리를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맞붙어 ‘정치 일번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바 있다.
그는 표결 전 신상발언을 통해 “정권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다”며 “저의 결심을 의원 여러분께서 받아주시길 다시한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보다도 서울 종로 구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여러분은 저에게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을 맡겨주셨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의 그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 사죄드린다”고 했다.이어 “보좌진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며 감정을 참지 못한 듯 울먹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1971년 대통령선거에 첫 도전하신 김대중 후보의 연설장을 쫓아다니며 제 남루한 청춘을 보냈다. 그때 막연하게 꿈꾸던 정치 또는 정치인을 제가 얼마나 구현했는지 저는 자신이 없다”며 “중간에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로 일하며 이곳 의사당에서 여야 의원 여러분의 질문과 꾸지람에 답변을 드리는 역할을 맡았다. 2017년부터 2년 7개월 13일간 영광스러운 경험을 저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의사당이 통합과 포용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의 언어로 채워지는 현실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는 의회민주주의를 향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며 “이 의사당이 미움을 겪다가 사랑을 확인하고 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아가는 전당이라 믿는다. 그 일을 의원 여러분께 부탁드리며 저는 떠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본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 4·3특별법 전면 개정안 처리했던 것”이라며 “역사를 정리했던 것이라서 무게가 다른 안건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대선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전날 통화한 사실도 공개하면서 “사적인 통과를 다 공개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뵙겠다고 하니 ‘언론에 노출될테니 전화로 말씀드리겠노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가) ‘서로 마음을 잘 알지 않느냐’는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격차를 좁혀 경선 승리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배수진으로 평가된다.
앞서 그는 지난 8일 광주를 찾아 광주·전남 지역 공약을 발표한 자리에서 “제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과 호남, 서울 종로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승부처인 호남 경선(25~26일)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해석됐다.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사 찬스’를 누린다는 비판에도 현직을 내려 놓지 않는 것과 대비 효과를 노리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캠프 내에서는 의원직 사퇴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선에 임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직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추석 연휴 이후 호남 지역 경선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의 각오와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가 이제까지 살아온 모든 생애, 살아오는 과정에서의 충정 등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내던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정치 일번지’ 종로의 보궐선거는 내년 3월9일 20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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