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장동에 ‘입장 없다→엄중 주시’ 기류 변화 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과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해왔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한달 가까이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청와대가 ‘엄중 주시’라는 첫 반응을 내놓았다. 사안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현재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공세에 관한 청와대 차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한 반응인지, 대장동 개발 의혹에 관한 청와대의 입장인지, 정국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전반적인 인식인지에 대한 추가 질문엔 “추가로 더 드릴 말씀은 없다”며 “문장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차원으로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관련 발언을 일절 삼갔던 기존의 반응과는 사뭇 다른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장동 개발 의혹에 관한 입장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공세를 정략적 판단으로 간주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3일 MBC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에 관한 청와대의 사정기능 작동 여부를 언급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청와대와 대통령을 정치와 정당과 정치인의 유·불리에 따라서 대선판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노력을 이해는 하지만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했었다.
비슷한 시기 박 수석이 공개 석상에서 보였던 ‘불편한 기색’과는 별개로 청와대 내부 참모진 사이에서는 사안의 엄중함을 놓고 추후 대응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메시지 수위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원론적 수준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선 구도가 복잡하게 얽힌 첨예한 사안인 데다가, 여당 대선 후보 결정 스케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온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경우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여당 대선후보 경선판에 의도치 않은 결과로 작동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가 지켜온 신중함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이러한 신중론을 뒤로 한 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낸 것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데 따른 고민의 산물로 해석된다.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동산과 공정성 담론이 지속될 경우 8개월 가량 남은 문 대통령 임기 내 국정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정치 영역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의 문제”라며 “(청와대의 입장은) 매일 언론보도를 통하여 천문학적 금액이 오르내리는 현 시점에서 국민이 느낄 수 있는 허탈함 등의 국민정서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