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전개하면서, 김씨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진술 방향이 바뀔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 이날 김씨를 소환조사 중이다. 김씨는 ‘한겨레 기자에게 3억원을 더 준 것이 맞냐’,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이사를 통해 전달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에 들어갔다.
검찰은 최근 김씨 측근에 대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2일 김씨 측근인 화천대유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이사와 이한성 공동대표씨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이사도 최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화천대유 대표직에 있으면서 로비 자금 마련, 자금 세탁, 은닉 등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화천대유에서 돈을 빌린 후 일부는 김씨에게 현금·수표로 전달하거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수익 중 법원이 인용한 추징보전액 4446억원에서 절반이 넘는 2300억원을 김씨가 벌어들인 수익으로 보고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개발 수익 1000억원 가량은 동결조치했고, 측근인 최 이사와 이 공동대표가 은닉한 것으로 조사된 275억원 중 148억원은 최근 몰수했다.
검찰은 김씨의 언론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자금 행방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씨가 일간지 기자 3명에게 9000만원에서 많게는 6억원을 건네고 한 방송사 기자에게는 명품 신발을 사준 것으로 파악하고 범죄혐의점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6억원을 건넨 것으로 앞서 파악된 한겨레신문 기자에게는 3억원을 추가로 건넨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수십명에 달하는 기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통해 수백만원을 건넨 의혹도 조사 중이다.
류이근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은 부적절한 인사를 중요 직책에 앉혔고 문제적 행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혔다”며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현대 한겨레 사장 등 경영진도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 외에 금전거래 의혹이 제기된 한국일보, 중앙일보는 해당 기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대기발령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언론사는 별도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아울러 김씨가 자신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에 120억원의 수임료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법무법인이 수임료 중 일부를 다시 김씨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주변인과 은닉 자금 수사로 김씨를 압박하는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진술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 관련자들이 은닉 자금을 김씨의 ‘마지막 생명줄’이라고 표현한 만큼 김씨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현재 김씨는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달리 일명 ‘이재명 지분’이 있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개발 이익 중 428억원을 나눠 받기로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법정에서 ‘시장실 몫’, ‘이 대표의 선거·노후 자금’이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씨는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할 전망이다. 김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로 중단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검찰은 재판 출석 여부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재구속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