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올해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모두 성과를 내며 글로벌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2일 기흥과 화성 반도체 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기흥 사업장을 공개 방문한 건 지난 2023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이 회장의 반도체 사업장 공개 행보는 그간 부진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올랐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그는 현장에서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HBM3E(5세대)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를 포함한 전 고객을 대상으로 HBM3E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를 이끌어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을 개발했다고 밝힌지 1년 8개월 만이다.
6세대 ‘HBM4’ 테스트에서도 엔비디아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루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내년 이른 시점부터 HBM4를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내년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3배 증가, HBM4 비중은 전체 출하량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급증한 26조원으로 예상된다. 내년 영업이익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장기간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파운드리 사업부도 모처럼 만의 희소식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인공지능(AI) 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TSMC가 맡기로 한 ‘AI5’ 칩의 일부 물량도 확보했다.
애플과도 차세대 이미지센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한다.
올해 삼성 파운드리의 성능 및 공정 안정성 등이 크게 개선되면서 빅테크들의 주문도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만년 적자에 시달렸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익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며 이르면 내년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최초 2나노미터(㎚)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전자의 최고급 스마트폰 갤럭시S26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삼성전자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2나노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가 TSMC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엑시노스의 부활과 함께 외부 수주 물량 확대 등으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