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본격적인 이동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글로벌 정유 대기업 셰브론(Chevron)이 치솟는 가솔린 가격의 책임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뉴섬 주지사가 연휴 직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민들에게 ‘셰브론 불매’를 공개 촉구하자, 셰브론 측은 주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세금 정책이 본질적인 원인이라며 즉각 맞받아쳤다. 양측의 공방은 현재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캘리포니아의 가솔린 가격을 둘러싸고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유 대기업 셰브론이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틈타 가솔린 가격을 폭리(Price-gouge)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6.14달러에 달한다. 특히 남가주 지역은 지난 2022년 메모리얼 데이 당시의 가격을 넘어섰으며, 역대 최고가 기록에는 불과 30센트 차이로 육박한 상태다.
뉴섬 주지사실의 앤서니 마르티네스 대변인은 “셰브론 브랜드 가솔린은 경쟁사나 일반 비브랜드 가솔린보다 갤런당 항상 60~80센트가량 더 비싸다”며 “주민들이 정유사의 과도한 ‘브랜드 프리미엄’ 마진까지 부담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셰브론 측은 뉴섬 주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가솔린 가격 폭등의 진짜 책임은 주 정부와 법안을 통과시킨 새크라멘토 정가에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로스 앨런 셰브론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캘리포니아 내 셰브론 브랜드 주유소의 대부분은 대기업 직영이 아니라 독립적인 소상공인(Independently owned)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주지사가 표를 의식해 캘리포니아의 영세 자영업자들을 이처럼 무책임하고 부당하게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전역의 셰브론 주유소에는 주 정부를 비판하는 안내판이 걸려 있습니다. 산타클라라와 샌프란시스코 등의 주유소에 설치된 표지판에는 “새크라멘토의 정책이 이 결과를 만들었다. 이제 당신이 더 많은 돈을 낸다(Sacramento policies did this. Now you pay more.)”라는 문구와 함께, 주 정부의 유류세 및 에너지 정책의 실상을 알리는 QR코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셰브론 측은 이 안내 캠페인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앨런 대변인은 “주 정부의 적대적인 환경 규제와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 전체 정유 역량의 약 18%가 상실됐다”며 공급 부족을 야기한 규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연방 에너지정보청(EIA)과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가솔린 가격에는 친환경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한 까다로운 부담금과 유류세가 포함되어 있으며, 주 법에 따라 비브랜드 가솔린을 포함한 모든 연료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청정 첨가제(세제) 유입이 의무화되어 있어 기본 생산 비용 자체가 타 주에 비해 높다.
이번 갈등은 최근 국제 유가를 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 여파와도 맞물려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뉴섬 주지사실의 마르티네스 대변인은 최근의 주유소 가격 급등이 대외적 군사 충돌에서 비롯된 점을 짚으며 트럼프 행정부를 함께 정조준했다.
마르티네스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모하게 이란 폭격을 감행하면서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페르시아만에 갇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전국의 가솔린 가격이 52% 이상 급등했고, 식료품부터 항공권까지 모든 물가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 시작 이후 미국 내 47개 주의 가솔린 가격 상승률이 캘리포니아보다 높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유업계와 공화당 측은 유가 상승의 거시적 요인이 존재하더라도, 캘리포니아가 미국 전역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가솔린 가격(전국 평균보다 갤런당 약 1.50달러 이상 높음)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갤런당 70센트에 달하는 전국 최고 수준의 유류세와 과도한 친환경 마진 규제 때문이라며 맞서고 있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장거리 여행길에 나선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가운데, ‘정유사의 탐욕’을 주장하는 주지사와 ‘주 정부의 정책 실패’를 주장하는 정유업계 간의 이른바 ‘주유소 전쟁’은 당분간 법적·정치적 진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