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최근 몇 주 사이 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00달러 선까지 떨어지고, 다시 상승하는 등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하락세에도 소비자들이 기름을 넣는 주유소 시세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국제유가가 수요 감소 전망과 공급량 증대로 하락하더라도 주유소에서의 연료비는 여전히 기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하며 왜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정리했다.
지난 11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배럴당 94.29달러,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런던ICE선물거래소 기준 배럴당 98.4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지난 2월25일 이후 최저치, 브렌트유는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다음날에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 감소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책 완화로 반등했다. 5월물 WTI는 배럴당 100.60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64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는 다시 올랐지만 이는 여전히 3월 초 14년 만에 최고치였던 가격대에 비해 약 19% 하락했다. 반면 이날 기준 휘발윳값은 1갤런당 평균 4.098달러로 3월 사상 최고치보다 겨우 5.4% 낮았다.
WSJ는 미국의 시스템이 복잡하다고 말하며 휘발윳값이 정유업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천개의 회사들이 석유를 시추하고, 수십개 업체가 시추한 기름을 정제한다. 그리고 대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수만개의 주유소에서 연료를 고객에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독립석유협회에 따르면 크고 작은 회사들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하고 있다. 대부분은 휘발유나 디젤을 전혀 만들지 않고 대신 엑손모빌과 같은 정유업체에 원유를 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는 129개 정유업체가 있다.
전미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송유관과 트럭을 통해 정유업체로부터 휘발유를 받는 편의점과 작은 역 등의 주유소가 미국 전역에 13만개 이상이 있다고 했다.
미국 주유소 중 셸과 셰브론 같은 브랜드 주유소가 있지만 대부분은 해당 업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
엑손 최고경영자(CEO) 대런 우즈는 지난주 의회에 출석해 미국 주유소를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BP 경영진 역시 자사 브랜드 주유소 7500개 중 약 10%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브론은 셰브론과 텍사스코라는 이름이 붙은 8000개의 주유소 중 300개가량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다수의 주유소 운영 영세사업자들은 대형 석유 회사의 로고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지불한다.
또 주유소들이 매일 지불하는 도매가격은 유가의 변동과 주 및 연방 규정에 의해 의무화된 에탄올과 같은 첨가물 가격과 관련이 있다. 이 규정을 준수하고, 이익을 얼마나 남길지 등을 고려해 최종 주유소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폭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WSJ는 전했다.
그렇다면 석유 생산자들은 휘발윳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분석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촉구했듯이 미국의 시추업체들이 훨씬 더 많은 원유를 퍼올린다면 공급량이 늘면 연료 가격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예측하기 어렵고, 공급망 제약으로 미국 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소형 석유 생산업체인 텍사스에너지의 CEO 라잔 아후자는 올해 생산을 늘리고 싶지만 유전장비에 대한 원가는 30~40%까지 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적어도 몇 달 동안 기다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