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제품 개발을 위해 2018년부터 약 1500마리의 실험용 동물을 희생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농무부는 뉴럴링크의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는 뇌에 이식해 뇌-기계 사이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소형 칩을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당시 뉴럴링크 칩이 상용화되면 사지마비 환자, 시·청각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럴링크는 주로 원숭이, 양, 돼지 등을 대상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해 왔다. 머스크는 2020년에 뉴럴링크 칩을 2개월간 이식한 돼지의 후각 신호를 시각 데이터로 변환하는 모습을 공개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머리에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무선으로 칩과 연결된 조이스틱을 사용해 퍼즐을 풀거나, 아무런 장비 없이 생각으로만 컴퓨터 탁구 게임을 진행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는 6일(현지시간) 뉴럴링크의 이러한 동물 실험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전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8년 이후로 약 1500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이용된 후 죽었다. 미국 농무부 감찰관실은 동물복지법에 의거해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 연방법은 ‘과도한 고통을 주는’ 동물 실험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BBC는 의료 목적의 동물 실험이 곧 법률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뉴럴링크 내·외부의 우려가 나날히 심화되고 있다 지적했다.
WP는 올해 뉴럴링크의 한 직원이 ‘동물에 대한 수술 작업은 동물의 안전을 희생해 가며 가능한 한 빠르게 처리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동료에게 보내며 분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뉴럴링크는 지난 2월에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무분별한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책임 의료를 위한 의사회'(PCRM)는 실험 이후 죽은 원숭이들에게서 발진과 뇌출혈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원숭이들이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침습적인 뇌 수술의 결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PCRM은 고통을 참지 못한 원숭이들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뜯어내는 자해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뉴럴링크는 동물 실험에 대한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동물들에게 가능한 한 최선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반박했다.
뉴럴링크의 내부 고발자들은 머스크의 지나친 성과 요구가 불필요한 동물들의 희생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연구원들에게 결과물을 낼 것을 촉구했고, 이로 인해 무분별한 동물 실험이 자행됐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뉴럴링크 직원들에게 “미치겠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빨리 움직이고 있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농무부 감찰관실 소속 에이미 로웬탈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남기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