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골다공증, 골관절염, 암, 만성질환 등 질병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나 우울장애 등으로 극단적 선택 비율이 높은데, 사회경제적 요인 분석에 따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년 5차 여성건강통계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질병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은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증진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자 2014년부터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과 주요 이슈를 한눈에 알기 쉽게 구성한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통계집을 발간하고 있다.
이번 여성건강통계는 국가 수준의 다양한 조사·통계 원자료 등을 활용해 여성의 전 생애주기별로 전반적 건강수준, 만성질환, 건강행태, 정신건강, 성·재생산 건강 등 다양한 영역의 통계를 종합·집약적으로 분석하고 약 10년 간의 추이 등을 제시했다.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수치로 보는 여성 건강이슈’를 보면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 80.6세보다 6세 더 많았다.
단 골관절염 유병률은 여성이 10.3%, 남성이 3.8%였고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이 7.1%로 남성 0.7%에 비해 10배 더 많다.
또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장애 유병률, 극단선택 생각률이 모두 남성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는 25~34세 젊은 여성층에서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11.9%로 45~64세 중년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 4.4%보다 약 3배 높았다.
박 연구위원은 “여성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을 예방하고 감소시킬 수 있는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녀 간의 신체활동 실천율을 보면 성인 여성의 근력운동 실천률은 16.4%로 남성(32.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 또한 남성의 87% 수준이었다. 성인 여성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43.6%인데 노인 여성의 경우 이 수치가 28.1%로 감소했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고강도 신체활동 실천율이 중학교 3학년 34.8%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16.7%로 급감했다.
비만율을 보면 연령 별로 포물선을 그리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높아져 65세 이상의 경우 37.5%를 기록해 노인 여성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나타났다. 성인 여성 비만율의 경우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높았다.
여성 청소년 비만율의 경우 2010년 3.5%에서 2022년 8.5%로 증가했으며 2022년 기준 여성 청소년 중 중학교 1학년 비만율은 6.5%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은 12.1%에 달했다. 소득수준을 보면 ‘하’에 속하는 여성 청소년 비만율이 16.2%로 ‘상’에 속하는 여성 청소년 비만율 6.4%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여성의 현재 흡연율은 6.8%인데 25세~34세 젊은 여성의 흡연율이 10.3%로 가장 높았으며, 생산직(14%), 서비스 판매직(9.8%), 무직(7.1%), 사무직(5.6%) 순으로 높았다. 고위험음주율은 35세~44세에서 큰 폭으로 증가(6.1%→9%)했으며 서비스 판매직(11.6%), 생산직(9.7%), 사무직(6.7%), 무직(6.1%) 순이다.
여자 청소년의 흡연율은 2022년 3.4%로 남성 7.3%에 비해 낮으나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0년 1.2%에서 2022년 2.4%로 2배 증가했다. 여자 청소년의 위험 음주율은 5.1%였고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위험 음주율이 높았다.
박 연구위원은 “직업, 소득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건강행태에 차이가 있다”며 “소득·교육 수준이 낮은 인구집단에 대해 운동 촉진 캠페인, 식습관 개선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한양대 의대 교수는 여성 주요 관심 건강 문제로 ▲알츠하이머, 폐렴, 자살 등 증가 추세 문제 ▲젊은 층의 자살, 고령층의 만성질환 관리 등 생애주기별 문제 ▲간질환, 운수질환 등 감소가 더딘 예방 간으한 건강 문제 ▲관절염 등 질병 부담이 큰 질환 문제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여자가 남자보다 장수하지만 남자보다 주관적 건강 수준이 나쁜 젠더 패러독스(역설) 현상이 관찰된다”며 “여자 인구 집단 안에서 지역과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과 질병 부담의 핵심 위험 요인은 예방 가능한 흡연, 음주, 식생활, 운동, 대사이상”이라며 “젠더 형성평을 통한 인구집단 접근이 동반돼야 하며 이는 남녀 모두의 건강 잠재력 달성과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부장이 조사한 결과 여성 인구 10만 명 당 환자 수가 2000년 197명에서 2020년 321.4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유방암은 28명에서 77.1명으로 급증했고 자궁체부암 3.4명→10.4명, 난소암 5.8명→8.5명, 폐암 15.5명→19.3명, 췌장암 4.9명→8.2명으로 각각 늘었다. 자궁경부암은 같은 기간 19.8명에서 9.6명으로 줄었다.
반면 2022년 여성의 유방암 수검률은 2012년 70.4%에서 2022년 58.8%, 자궁경부암 수검률도 같은 기간 66.2%에서 59.7%로 감소했다. 특히 교육 수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수검률이 낮았다. 업종별 수검률은 생산직이 51.5%로 가장 낮았고 무직 55.5%, 서비스 및 판매직 58.7%, 사무직 64.9% 등이다.
정 부장은 “남성에게 발생하는 암으로 오인되는 폐암, 췌장암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 및 검진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생존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높은 수준이어서 검진 수검률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은 월경, 임신·출산, 폐경 등 성·재생산건강이 일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데, 청소년 및 성인 여성의 40% 이상이 심한 월경통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기에는 약 40%가 월경으로 인해 학교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경 이행기에 있거나 폐경한 여성의 약 60%가 심한 폐경 증상을 경험하고 있어 적극적인 증상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임의 경우 여성의 피임 실천율은 81.5%로 높았지만 항상 피임 실천율(53.4%)고 현대적 피임 실천율(47.3%)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천희란 중원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현대적 피임방법과 월경주기, 질외사정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 피임을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며 “일부 여성에게서 월경용품 구입과 피임 서비스 비용에 경제적 부담이 존재해 임신 중지 서비스를 위한 보완 입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의 건강은 여성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나아가 국가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되며, 여성건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통계 산출과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