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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1989년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인 영화다.
야구를 좋아했던 케빈은 아버지를 여의고 옥수수 농사를 짓는다. 그러던 어느날 “그것을 지으면 그들이 올 거야” 라는 계시를 듣는다. 그리고는 ‘그것’ 아버지의 꿈이었던 야구장을 옥수수밭 한 가운데 짓는다. 그렇게 야구장을 지었더니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팬이었던 아버지의 우상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들이 유령으로 나타나 경기를 펼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아이오아주의 한 시골마을 옥수수밭에서 실제로 촬영됐고, 옥수수밭 한가운데 야구장 세트를 지어 촬영을 마쳤다. 1990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까지 오르며 영화는 대 성공을 거뒀지만 옥수수밭의 작은 마을은 관광객이 오는 등 특수를 누리지는 못했다. 워낙에 오지인 데다가 주위에 상권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관광객들을 붙잡아 둘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2016년 이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실제 영화촬영장이었던 아이오아주 다이어스빌에 세트장을 재활용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영화세트이기 때문에 경기장 밖으로 나간 공을 찾기도 어렵고 그렇게 하려면 옥수수밭을 다시 밀어엎거야 했다. 그리고 관중석을 짓기도 애매한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예 새로운 경기장을 짓기 시작했다. 영화촬영장소에서 약 600야드 떨어진 곳에 8천석 규모의 경기장을 지었다. 비용은 600만달러가 들었다.
그렇게 꿈의 구장을 완성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0년 실제 경기를 계획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1년 연기했다. 그리고…
8월 12일 아이오아주의 작은 시골마을 다이어스빌의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렸다.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인 뉴욕 양키스와 영화 주인공의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간의 경기가 꿈의 구장에서 영화처럼, 옥수수밭 한가운데에서 영화와 똑같이 경기를 펼친 것이다.
경기장에 모인 8천여명의 관중들과 선수들은 신기해 하며 연신 기념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선수들은 옥수수밭을 배경으로 몸을 푸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동네 주민 4천명 밖에 되지 않는 다이어스빌은 물론이고 아이오아주에서도 처음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티켓은 아이오와 지역 주민들과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즌티켓 소지자들에 한해 신청자들을 받았고, 400달러에 판매됐다. 그리고 그 티켓은 재판매 사이트에서 16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정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도 아닌데 역사적인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에서의 메이저리그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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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앞서 식전행사도 이어졌다. 그리고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 옥수수밭 외야 저멀리서 옥수수밭을 헤치고 한 남성이 등장했다. 케빈 코스트너였다.
관중들도 감동했고, 선수들도 감동했고, 케빈 코스트너도 감동한 듯 관중들과 선수들 그리고 곳곳을 둘러보고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영화속 명대사 “여기가 천국인가요?”라고 말했다. 영화속의 케빈 코스트너가 현실로 나온 순간이었다.
이어 1910년대 유니폼을 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과 뉴욕 양키스 선수들도 옥수수밭을 헤치며 나타나 영화와 똑같은 연출로 감동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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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준비한 훌륭하고, 감동적인 완벽한 준비였다.
이날의 감동은 여기서 끝난 것이다. 그리고 8천명의 관중들은 경기를 관전했다. 그리고 영화는 선수들이 극적으로 만들어 냈다.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그렇게 막판으로 향한 경기는 4-7로 뒤진 뉴욕 양키스의 9회초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있었다.
9회초 공격에 나선 뉴욕 양키스는 애런 저지의 2점 홈런 그리고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2점홈런으로 경기를 8-7로 뒤집고 양키스는 9회말 마지막 수비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수비를 강화했다.
사실상의 영화 주인공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7-8로 뒤진 9회 1사 1루에서 팀 앤더슨이 양키스의 구원투수 잭 브리튼의 초구를 걷어올려 담장넘어 옥수수밭으로 날려버리며 끝내기 2점홈런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이보다 더 영화같고,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은 없었다. 정말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미 건조해진것 같은 표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경기’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날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팀 앤더슨은 1993년생으로 ‘꿈의 구장’ 영화가 나온 이후에 태어났다. 당연히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집으로 돌아가면 찾아보지 않을까?
이날 양팀이 올린 득점은 각각 4개씩의 홈런으로만 점수가 만들어졌다. 또 흥행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 16년만에 정규시즌 최고시청률이라는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600만명을 넘어섰다.
꿈의구장 영화를 기억하는 팬들이 소환됐고, 케빈 코스트너의 팬들은 백발의 케빈 코스트너가 등장할 때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흥행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5년의 노력은 대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제 이 같은 관심을 계속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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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