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을 따내며 다시 한 번 역사를 개척했다.
우상혁은 2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1차 시기에 뛰어넘었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2m34를 실패했고, 우상혁은 기회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우상혁은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기록인 2m36보다 1㎝ 높은 2m37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1, 2차 시기에 실패한 후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우상혁은 한국 선수 최초 세계실내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은 2년에 한 번 열린다. 당초 2020년 열릴 예정이던 중국 난징 대회가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2023년 3월로 연기되면서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은 2018년 영국 버밍엄 대회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한국 선수의 이 대회 종전 최고 성적은 손주일이 199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400m에서 기록한 5위다.
우상혁은 한국 최초 세계실내육상선수권 메달을 수확하는데 그치지 않고 메달색을 금빛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Sanghyeok Woo goes Super Saiyan 💥🇰🇷
The Korean clears 2.34m on his first attempt to claim the #WorldIndoorChamps high jump title in Belgrade! pic.twitter.com/4ebjisSagi
— World Athletics (@WorldAthletics) March 20, 2022
지난해 여름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역사를 써냈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의 당시 한국신기록을 작성, 최종 4위에 올랐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진택이 세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의 올림픽 최고 성적인 8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상혁은 지난해 7월 30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기록, 9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나선 것도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25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8월 1일 열린 결선에서 당시 개인 최고 기록보다 2㎝나 높은 2m33을 뛰어넘었고, 2m35까지 넘으면서 1997년 이진택이 세운 2m34의 종전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 남자 높이뛰기의 강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됐다. 금메달 후보로도 손꼽혔다.
우상혁은 지난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인도어(실내) 투어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기록인 2m36을 뛰어넘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명의 선수 가운데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지안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2m39)와 도널드 토머스(바하마·2m37)에 이어 3위였고, 시즌 최고 기록은 1위였다.
커다란 메달 기대에 부담을 느낄 법도 했지만, 강심장 우상혁은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 메달을 획득해 새 역사를 창조했다.
2m20부터 시작한 우상혁은 1차 시기에 가뿐하게 성공했다. 2m24도 1차 시기에 넘은 우상혁은 양 손으로 ‘V’자를 그려보였다.
우상혁을 포함해 5명이 2m24를 1차 시기에 성공한 가운데 우상혁보다 개인 최고 기록이 높은 경쟁자 토머스는 2m24에서 1~3차 시기를 내리 실패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또다른 경쟁자 탬베리는 2m24를 2차 시기에 넘었다.
2m28도 1차 시기에 여유있게 성공한 우상혁은 바를 넘은 후 포효하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탬베리, 로이크 가슈(스위스),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우상혁과 함께 2m28을 1차 시기에 성공했다.
위기도 있었다.
2m28까지 우상혁을 포함해 6명의 선수가 살아남았다. 이들 6명은 모두 2m31을 1차 시기에 넘지 못했다.
2m31 2차 시기를 앞두고 포효하며 미소를 지어보인 우상혁은 바가 몸에 닿아 떨어지는 바람에 실패했다.
탬베리와 가슈, 커, 티아고 모라(브라질)는 2m31을 2차 시기에 성공했다.
뒤이어 2m31 3차 시기를 시도해야 하는 우상혁이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다.
그러나 강심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앞선 실패에도 우상혁은 위축되지 않고 바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우상혁은 위기를 넘긴 뒤 마음을 한층 다잡은듯 했다. 2m34를 1차 시기에 뛰어넘었다. 바를 살짝 건들기는 했으나 성공이었다.
다른 4명의 선수가 모두 2m34를 1차 시기에 실패하면서 우상혁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우상혁을 제외한 4명의 선수는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고, 우상혁의 우승이 확정됐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에도 우상혁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기록 경신을 향해 홀로 도전에 나섰다.
관중들의 박수 응원 속에 2m37 도전에 나선 우상혁은 1차 시기에 이어 2차 시기도 실패했다.
하지만 우상혁의 얼굴에는 미소가 여전했다. 우상혁은 2차 시기 실패 후 경기를 마무리하려는 듯 관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한 뒤 거수경례를 했다.
은메달은 가슈에게 돌아갔고, 탬베리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탬베리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자 오른쪽 팔뚝 위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붙이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