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치러진 LA 시장 예비선거 이후, 리얼리티 TV 스타 출신 후보 스펜서 프랫의 패배 원인을 둘러싼 근거 없는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선거 당일 밤 프랫의 득표수가 갑자기 0표가 됐다는 주장은 이미 연방검찰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숙자들의 투표가 부정하게 이용돼 프랫의 패배를 초래했다는 또 다른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실이 아니거나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정보를 근거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틱톡 사용자 ‘laneedsspencerpratt’는 스키드로 주민으로 소개된 3명과의 인터뷰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 인물들은 몇 달러를 받고 캐런 배스에게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배스는 이번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해 니티아 라만 시의원과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프랫은 초반 개표에서 라만을 앞섰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3위로 밀려났다.
영상에서 인터뷰 진행자가 한 여성에게 “얼마를 받았느냐”고 묻자 여성은 “5달러”라고 답했다.
이어 “캐런 배스나 니티아 라만에게 투표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캐런 배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A 카운티 선거 당국은 엑스(X)를 통해 해당 영상에 등장한 여성이 5달러를 받고 배스에게 투표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여성은 LA가 아닌 잉글우드에 유권자 등록이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배스 선거캠프의 알렉스 스택 대변인은 “배스 캠프가 표를 돈으로 샀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 퍼뜨렸던 허위 선거 정보와 같은 유형의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LA타임스 기자들은 수요일 해당 영상이 촬영된 스키드로 지역을 찾았지만 인터뷰에 등장한 3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일부 사례가 사실이라고 해도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캘스테이트 도밍게즈힐스의 정치학 교수 크리스토퍼 할렌브룩은 “스키드로에서 의심스러운 투표가 몇 건 있었다고 해도 75만 명 이상이 참여한 선거 결과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UCLA 법학 교수이자 민주주의 보호 프로젝트 책임자인 릭 하센 역시 “개별 사례가 있다면 조사해야 한다”면서도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의 대규모 조직적 부정행위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3달러나 5달러를 주고 수만 명의 표를 사려 했다면 엄청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며 “터무니없는 거대한 음모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센 교수는 프랫이 3위에 그친 이유에 대해 “LA는 다양한 인구구성을 가진 민주당 성향 도시이며 공화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A타임스는 지난 10일(수) 스키드로 주민 20명을 인터뷰했다. 일부는 거리에서 생활했고 일부는 보호시설이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은 투표하지 않았으며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접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이번 선거는 물론 이전 선거에서도 돈을 받고 투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스키드로에 거주하는 킴벌리는 “누군가 돈을 주며 투표를 부탁하면 미쳤다는 듯 쳐다볼 것”이라며 “돈을 준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미셸 브루스터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어떤 후보도 스키드로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누군가 돈을 주고 표를 샀다면 소문이 났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과거 주민발의안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현금을 주고 서명을 유도하는 사례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연방 법무부는 마리나 델 레이의 한 여성이 스키드로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유권자 등록을 시킨 뒤 주민발의안 서명을 받았다는 혐의를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LA 카운티 선거관리국은 유권자 등록 주소가 우편 기록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유권자를 비활성 상태로 전환하며, 우편투표용지 역시 서명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보수 성향 미디어 인사 베니 존슨은 LA가 이른바 ‘노숙자 산업 복합체’를 이용해 프랫에게 불리하게 선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니티아 라만이 스키드로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개표 자료에서는 캐런 배스가 스키드로 지역 대부분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랫 역시 엑스를 통해 자신과 라만의 격차가 노숙자 유권자들의 표로 인해 뒤집혔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선거법에 따르면 노숙자도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투표권을 가진다. 노숙자는 자신이 주로 머무는 보호시설이나 특정 장소를 주소지로 등록할 수 있으며, 우편사서함이나 서비스 기관 주소를 사용해 우편투표용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센 교수는 “주거가 없는 사람들도 다른 시민들과 똑같이 투표할 권리가 있다”며 “노숙자들의 유권자 등록을 돕는 활동은 부정행위가 아니라 민주주의 참여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