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경이 간다🔴 (2) 70달러 내고 간 ‘드라이브 스루 할로윈’

올해 할로윈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달라야만 했다. 집집마다 노크를 하고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바구니에서 손으로, 또 손에서 손으로 캔디를 주고 받고 아이들의 코스튬을 칭찬하며 허그를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주고받던 할로윈 행사가 금지되면서 올해의 할로윈 최고의 테마는 ‘드라이브 스루’였다. LA는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열린 드라이브 스루 할로윈 행사에 다녀왔다. 

내가 간 곳은 우드랜드 힐스의 ‘Hauntoween LA.’ 해가 질 무렵의 시간대는 예전에 모두 매진이 되어 할로윈 전날인 10월 30일 오후 5시 티켓을 예매했다.

가격은 차 한대당 70달러, 수수료 등을 더해 총 74.20달러를 지불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면을 쓴 직원들이 전자티켓을 스캔한 후 터널로 안내했다.

처음 우리를 맞은 것은 잭오랜턴으로 가득한 터널. 짧은 터널이지만 오렌지 색으로 물든 호박들 속에서 할로윈 분위기가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터널을 나서자 가장 먼저 LA라는 LED구조물 가운데 걸려있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저지가 눈에 띄었다.

이어 짚단 더미들 사이 사이에 호박들과 허수아비 인형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유쾌한 모습의 해골이나 귀신 등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중간 중간 역시 다양한 할로윈 분장을 한 직원들이 장대 끝에 바구니를 단 채로 사탕을 열린 창문을 통해 마구마구 쏟아부어준다.

재미를 위해 그러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캔디 바구니를 깜빡한 채 빈손으로 있어서 그랬는지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사탕들을 창문 안으로 우박처럼 퍼부어준다. 커다란 호박도 하나 건네주었다. 

사탕을 주는 직원들 외에도 해골이나 허수아비, 마귀 분장을 한 직원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즐거운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춤을 춰주기도 한다. 동상인 줄 알았다가 가까이 갔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 놀라기도 했다.

짚단 거리를 지나면 화려한 색깔과 갖가지 모습으로 한껏 치장한 할로윈 분위기가 가득한 주택가에 이른다.

이 곳부터는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각 집에서 또 재밌는 분장을 한 ‘가족’들이 나와 사탕을 우수수 떨어뜨려 준다. 스폰서들로 보이는 스낵이나 음료 회사들도 부스를 차리고 선물을 나눠준다. 

총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25분에서 30분이라고 했는데 실제 호박 터널을 들어서면서부터 출구로 나오기까지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볼거리는 아기자기하고 재밌었고, 트릭 오어 트릿을 대신한 ‘사탕 폭탄 투하’도 나름대로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차를 타고 도는 20분간 70달러의 가치까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 이벤트의 적당한 가격을 매겨본다면 40달러 정도?

차 안에서만 앉아있다 보니 열심히 준비한 코스튬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오히려 지난해 할로윈 밤, 동네를 돌며 이웃 아주머니들에게 ‘오버’ 스러운 칭찬 세례와 허그를 받았던 기억이 더 그리워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린이들이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행사 중 하나를 망쳐버렸다는 원망도 들었다. 어른들도 이렇게 아쉬운데 어린이들은 얼마나 서운하고 슬플까 하는 마음에 너무 안타까웠다.  

이 이벤트는10월 31일 할로윈 당일 막을 내렸고 같은 자리에서 눈 덮인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가득한 드라이브 스루 크리스마스 이벤트, WonderLAnd가 11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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