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전으로 이슬람국가(ISIS) 현 수괴가 사망했다. 창시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2년4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군의 용기와 기술 덕에 끔찍한 테러리스트 지도자인 ISIS 수괴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알쿠라이시는 지난 2019년 10월 미국 작전으로 사망한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다.
이번 작전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 지시로 이뤄졌다. CNN에 따르면 알바그다디 제거 이후 시리아 내에서 미국이 펼친 최대 규모 작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쿠라이시가 미군 특수부대가 접근하자 폭탄을 터뜨려 부인·자녀들과 함께 폭사했다고 밝혔다.
작전은 터키 국경 인근 이들립 아트메흐 마을 소재 한 가옥에서 진행됐으며 헬리콥터와 무인기 등이 동원됐다.
목격자들은 미군 특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가옥을 공격해 무장괴한들과 2시간 동안 충돌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계속된 총격과 폭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거주민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1시10분께 자택 문과 창문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당시 3대의 헬리콥터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이 약 45분 동안 대피 촉구 방송을 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때 기관총이 발사됐고 항공기의 저공 비행이 이어지면서 총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실향민들을 위한 수용소가 점재한 지역이다. ISIS 과격분자들을 포함한 다른 무장단체들도 이 지역에 은신처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외곽에 위치한 가옥은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여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그러나 폭발 이후 꼭대기층이 산산조각 났고 내부에는 혈흔 등 피해 흔적이 낭자했다.
남아있는 구조물 벽과 바닥에 피가 보였고 부서진 침실에는 아기용 나무 침대와 봉제 토끼 인형이 놓여 있었다. 파손된 한쪽 벽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아기 그네가 걸려있었다. 이슬람 예언자 모하마드의 전기를 포함한 종교 서적들도 보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모든 미국인이 작전에서 안전하게 귀환했다”라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임무는 성공적이었다”며 “미군 사상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CNN은 시리아 민간 방위대 화이트헬멧을 인용, 작전 과정에서 최소 1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중 여섯 명은 어린이, 네 명은 여성이라고 한다. CNN은 다수의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 “작전 목표물이 터뜨린 폭탄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알쿠라이시의 자폭 때문에 사상자가 발생했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 활동가들과 주민들에 따르면 미군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을 향해 이 지역을 떠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ISIS는 지난 10년 동안 잔혹한 참수 동영상 등을 이용한 선전으로 국제적 위협세력으로 떠올랐다. 2014년께 절정에 달했을 때는 시리아에서 이라크까지 퍼져있었고 800만명 이상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ISIS는 지난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공격 수위를 높여왔다. 2019년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당시 체포된 3000명 이상의 ISIS 고위 요원들을 탈옥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쿠르드족이 이끄는 군대가 미군 지원 하에 10일 동안 IS부대와 교전을 벌였고 이로 인해 미군측은 374명의 무장세력과 120명 이상의 전사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알쿠라이시는 ISIS 지도자를 맡은 이후 극도의 저자세를 보여왔다. 우선 그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참수 영상과 같은 것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ISIS 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ISIS 활동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그의 죽음이 향후 ISIS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의 죽음은 ISIS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병력은 시리아 북부 은신처에서ISIS 창시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처단했었다.
미국은 당시 병력 수송용 헬리콥터를 비롯해 군견·로봇 등을 동원해 작전을 펼쳤고, 알바그다디는 군견에 쫓기다 막다른 길에서 자폭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