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유럽 지도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의지를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트럼프 별장을 방문해 트럼프와 만났다.
오르반 총리는 서한에서 트럼프가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대통령에 당선하면 취임 전이라도 조기 종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서한의 내용은 트럼프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입장들을 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삭감을 알리는 이외에 구체적 종전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력히 비판해온 오르반 총리는 EU 의장 지위를 활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트럼프를 만나는 등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푸틴 및 트럼프와 친밀한 오르반의 대외 활동에 대해 EU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르반이 지난 12일자로 샤를 미셀 EU 상임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은 트럼프가 재선한 뒤 우크라이나 종전을 밀어붙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오르반은 서한에서 “트럼프가 선거 운동에서 외교 정책을 중시하지 않기에 당선될 때까지 평화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트럼프가 취임식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중재자로 나설 것이다. 그는 세부적이고 근거가 충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당선이 분명하므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미국과 EU의 재정부담 비율이 EU에 크게 불리한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한은 또 유럽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추종하지 말고 자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직접적인 외교 소통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가 휴전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적 지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내가 만난 공화당 주지사들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들, 우리 군인들, 나를 크게 존중한다”면서 “따라서 (트럼프 대선 승리)에 따른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