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의 사랑과 자비를 구하는 사람들이 ‘철저한 도덕적 분석’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함으로써 바티칸 정책의 급진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문서를 통해 사제들이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고 A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교황청 교리실의 문서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0월 보수파 추기경 두 명에게 보낸 서한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다. 서한에서 교황은 가톨릭 교회 내 정기적인 의식을 결혼성사와 혼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는 그러한 축복이 주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서한에는 결혼은 남녀 간의 평생의 성사임을 재확인하면서 그에 대한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정해진 의식을 사용하거나 결혼식에 어울리는 의복과 몸짓을 사용해 합법적 동성 결혼과 동시에 축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서에서는 그러한 축복을 요청하는 것을 완전히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서에는 성경에 나오는 ‘축복(blessing)’이라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정의함으로써, 하나님과 초월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찾는 사람들이 축복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철저한 도덕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서는 “궁극적으로 축복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며 “그러므로 축복을 구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결코 작은 일이 아닌, 삶의 수많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초월성과 자비, 하나님에 대한 친밀함에 대한 개방성을 표현하고 키워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은 방해받지 않고 길러져야 하는 성령의 씨앗이다”라고 덧붙였다.
바티칸은 결혼은 남녀간의 불가분의 결합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 오랫동안 동성 결혼을 반대해왔다.
그리고 2021년 바티칸 신앙교리회는 교회가 “신은 죄를 축복할 수 없기 때문에 두 남자 혹은 두 여자의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문서에서는 바티칸은 교회가 “교리적이거나 훈육적인 계획, 특히 전도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자기애적이고 권위적인 엘리트주의로 이어질 때”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변칙적인 조합의 사람들은 죄악의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조합이 그들에게 신의 사랑이나 자비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문서에는 “따라서 사람들이 축복을 요청할 때 이를 부여하는 전제조건으로 철저한 도덕적 분석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