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본명을 공개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화가 ‘뱅크시’가 법정 다툼에 휘말려 신상을 공개할 가능성이 생겼다. 뱅크시 측이 진품 인증을 거부함에 따라 미술품 수집가들이 뱅크시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대행사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은 미술품 수집가 2명이 요청한 작품 인증을 거부해 소송당했다.
수집가 니키 카츠와 레이 하우스는 뱅크시의 작품 ‘원숭이 여왕(2003)’을 한 미술품 수집가로부터 약 3만파운드에 구입했다.
‘원숭이 여왕’은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떠올리게 하는 판화 작품으로, 뱅크시의 서명이 쓰인 ‘원숭이 여왕’은 150점 뿐이다. 서명이 없는 작품은 600점으로, 총 750점으로 구성된 시리즈다.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 중 일부에만 서명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건 카츠와 하우스는 2020년 이 작품을 구입했지만, 작품의 내력을 설명하는 서류는 없었다. 이에 2명은 페스트 컨트롤 측에 진위 확인을 위해 작품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고 설명했다.
카츠는 “진품이 맞는지 아닌지만 확인해달라”며 “뱅크시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전했다.
페스트 컨트롤은 “우리의 인증 절차는 매우 철저해 때론 오래 걸리기도 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수천 건의 진위 인증서를 발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페스트 컨트롤에는 진위 인증 신청이 매달 최대 700건 접수되고 있다. 이는 최근 이베이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위조품을 진품인 것처럼 꾸며 파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