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가 선거관리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번복하는가 하면 첫 일정부터 4명의 후보가 불참하는 ‘반쪽 행사’로 전락하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5일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자신을 향한 불공정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지도부의 무한 신뢰를 표하고 보이콧 의원들에 경고를 보내는 등 적극 만류하자 정 위원장은 사의를 거둬들였다.
정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관위-후보 간담회 및 공정경선서약식’에서 선관위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후보들의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선관위가 사심없이 정한 룰에 협력하고 그 룰을 따르도록 해야지, 그걸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질타했다.
이어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과 관련해 민주적으로 각자 의견 개진하고 거기에 따라 결론을 내려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하려고 한다는 선입견을 전혀 갖지 말고 선관위를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처음부터 공정, 나중도 공정,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해서 사심없이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도 정홍원 선관위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공정선거를 서약하는 자리에 빠진 자리들이 있어 매우 유감”이라면서 “전권을 부여받은 선관위의 운영에 다소 불만이 있다해서 당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행위에 대해선 매우 우려스럽고 다신 반복돼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시한번 대표로서 말하지만 정홍원 위원장은 지도부의 무한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라면서 “최근 당내 혼란에 존경하는 정 위원장께서 고생하고 계셔 더 큰 성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 위원장의 사의와 관련해 “심각하게 고민하신건 맞다. 제가 만류했고 정 위원장도 지도부의 신뢰가 굳건한걸 알고 있다”면서 “경선 행사에 일부주자들이 불참하는게 상례화 될 우려와 선관위 비공개 회의가 밖으로 유출되는걸 우려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은 경선준비위원회의 원안으로 확정하라는 요구를 선관위가 받아들이지 않자 서약식에 불참했다.
이들은 정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가 주장하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 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4인의 불참으로 서약식이 반쪽자리 행사로 전략했다. 서약식에서는 이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박진 후보는 “경선버스가 시동을 걸기도 전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며 “한배에 타서 함께 가는게 절대절명의 룰이 아닌가”라고 불참자들을 저격했다.
장기표 후보는 “12명 중 4분이 안왔는데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이 대표에게 불참 후보들에 대한 경고를 요구했다.
최재형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불참자들을 비판했다.
최 후보는 “룰이 어떤가 보다는 후보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같은 골을 향해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고, 원 후보는 “원팀 화합에 도전하는 행위는 당내 경선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2명의 후보중 역선택 도입을 유일하게 주장하고 있는 윤석열 후보는 말을 아끼면서 “경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했다.
이 자리에서 장성민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처가 정보수집 지시’ 의혹과 관련해 발언했으나 정 위원장이 “오늘은 아름답게 출발하자는 자리니 검증은 기회가 있을거다”며 의혹과 관련한 후보들의 발언을 막아섰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진행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후보 넷이 빠진 상황이어서 이를 확정짓기에는 선관위로선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불참한 후보들은 여전히 선관위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선관위를 압박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역선택 방지 요구는)이제 윤석열 후보 한사람 남았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역선택 운운하는건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룰 개정을 한다는 건가”라면서 “대세를 거스르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며 어떤 변형된 결정도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하태경 후보는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전격사퇴를 선언했다가 지도부의 만류로 번복했다.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배구인지 족구인지 룰도 정하지 않고 공정경선 서약부터 하라고 하니 후보들이 불참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정 선관위원장의 비난에 맞섰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