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20년 넘게 복역한 남성이 재심 끝에 유죄 취소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이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무효로 돌렸다.
30일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대법원은 이날 애드넌 사이드의 살인 혐의 유죄 판결을 취소한다는 하급법원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메릴랜드주 대법원은 사이드의 유죄 판결을 취소하는 청문회에서 피해자 남자형제인 이영씨가 충분히 참여하지 못해 유족들의 재판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대법관들은 4대3으로 갈렸는데, 다수의견은 “사이드에 대한 부정의를 인지해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검찰과 순회법원은 (유족인) 이씨를 존엄과 존경, 세심함으로 대하지 않았다”며 “특히 이씨가 피해자 대표로 보석심리를 통보받고, 청문회에 출석할 권리, 본석 신청의 쟁점에 대해 설명받을 권리를 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사이드의 살인 혐의는 당분간 유죄로 유지된다. 절차적 흠결을 지적받은 만큼 사건은 검찰이 유죄 취소 재판을 요청했던 시점에서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사이드는 1999년 1월 당시 여자친구였던 이해민씨(당시 17세)를 살해한 뒤 공원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이드와 이씨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이드는 2000년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20년 넘게 복역했다.
이후 2014년 팟캐스트 프로그램 ‘시리얼'(serial)이 사이드가 범인임을 확정할 수 없는 물리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유죄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9년에는 미국 HBO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애드넌 사이드 판례’에서 피해자 시신과 차에서 사이드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은 2022년 2명의 다른 용의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확보했다.
당시 검찰은 “용의자들은 1차 조사 당시 파악된 사람들이었지만 추후 배제되거나 변호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재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중 한명은 이씨를 살해할 동기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이씨를 협박했다는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그해 9월 유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이드도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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