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기록·구매이력 등 개인정보 이용한 ‘맞춤형 항공료’ 논란 확산
미국 항공사들이 승객의 개인정보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람마다 다른 항공권 가격을 제시하는 이른바 ‘감시 가격제(surveillance pricing)’를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놓고 연방의회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같은 항공편, 같은 좌석이라도 소비자가 얼마나 급하게 항공권을 필요로 하는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AI가 판단해 가격을 달리 책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기존의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과 감시 가격제의 차이다.
항공사들은 오래전부터 좌석 잔여량, 출발일까지 남은 기간, 노선 수요, 경쟁 항공사의 가격 등에 따라 항공료를 실시간으로 조정해왔다.
하지만 감시 가격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소비자의 위치정보와 검색·구매 기록, 기기 종류 등 개인 데이터를 AI 알고리즘과 결합해 특정 소비자가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를 추정하고 개인별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이러한 방식을 별도의 ‘surveillance pricing’ 문제로 다루고 있다.
항공업계에서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델타항공이었다.
델타는 AI 업체 Fetcherr의 기술을 항공료 책정 시스템에 도입하면서 연방의회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연방 상원의원들은 지난해 델타가 AI를 이용해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예측하고 개인별 항공료를 책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료 제출과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의원들은 이러한 기술이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금액, 이른바 개인의 ‘pain point’를 찾아내 항공료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은 올해 제트블루로 번졌다.
지난 4월 한 승객이 하루 만에 항공료가 230달러 올랐다고 소셜미디어에서 항의하자 제트블루 공식 계정은 “캐시와 쿠키를 삭제하거나 시크릿 모드에서 예약해보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 답변이 오히려 항공사가 이용자의 검색기록이나 쿠키를 가격 결정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루벤 가예고 연방상원의원과 그레그 카사르 연방하원의원은 제트블루에 서한을 보내 개인정보가 항공료 결정에 사용되는지, 외부 업체가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격 결정에 관여하는지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제트블루는 해당 소셜미디어 답변이 잘못된 것이었다며 개인정보나 브라우저 캐시를 이용해 항공료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델타 역시 개인별 가격 책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델타는 AI 시스템이 개인의 민감한 정보나 과거 구매 기록을 이용해 특정 승객에게 다른 항공료를 제시하지 않는다며, AI에는 집계된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출발지와 목적지, 예약 시점, 체류기간, 환불 가능 여부, 선택한 서비스 등 객관적인 조건이 같다면 소비자들은 동일한 항공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Airlines for America 역시 지난 6월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감시 가격제를 금지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 수누누 CEO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감시 가격제 금지에 대해 “100% 찬성한다”며 회원 항공사들은 현재 이 같은 방식으로 항공료를 책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는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의회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항공사가 AI를 이용해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분석하는 것과 소비자의 개인 데이터를 결합해 ‘이 사람이 얼마까지 낼 것인가’를 계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례식이나 가족의 응급상황처럼 소비자가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까지 AI가 파악할 수 있다면 가격 결정 시스템이 소비자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AI가 항공료를 결정하느냐”가 아니다.
AI가 ‘좌석의 가치’를 계산하는 데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얼마까지 낼 사람인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는지가 연방의회가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 쟁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