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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타임스케치] 다시 불붙은 ‘이민자의 나라’ 논쟁

황금의 못으로 상징된 통합의 약속, LA 거리에서 시험대에 오르다

2025년 0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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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1920년 대 중국에서 정치적 혼란이 생기자 미국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파견한 군함이 강어귀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동안 기관실 엔진에 고장이 났다. 비록 미국 배이긴 해도 노동자는 대다수가 중국 쿨리 들이다. 미군 선원들은 젊은 쿨리 하나를 불러 엄청 큰 엔진 밑으로 들어가 고치게 하는데 그만 그 기계덩어리가 그의 가슴으로 내려앉아 깔려 죽는다. ‘산 파블로’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같이 많은 중국인들은 미국 이민 역사 200여 년 동안 여러 일터에서 미국의 산업현장에 공헌하고 죽어갔다. 그 중 하나로 오늘날의 미국을 만드는데 막대한 기여를 한 대륙 간 횡단철도를 빼놓을 수 없다.

동부의 기존 철도와 잇는 서부 새크라멘토에서 출발한 철도가 유타 주에서 만났다.
그리곤 이 만리장정의 역사를 이룩한 감격의 기념으로 골든 스파이크를 박았는데 이 황금 못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마지막 못,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했듯 우리도 이렇게 하나로 이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얼마 후 그들은 ‘중국인 이민 금지법’으로 차별 배제되었다. 그러자 그 대안으로 영입된 일본인들이 하와이를 거쳐 미본토에 이주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 또한 2차대전 진주만 공격등으로 곱지 않은 시선에 여러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어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더 올라가 보면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노예들에 의해 산업과 경제를 일구고 성장과 발전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으며 이후 농업현장에서는 많은 멕시코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이민자 출신 기업가들, 의료계와 서비스업계 그 어느 곳하나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경제적 위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14일 LA 다운타운에서 벌어진 반트럼프 No kings 시위Lakota Man@LakotaMan1

이렇듯 미국은 역사적으로 이민자의 희생과 노동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럼에도 미국에서의 이민정책은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시대상황에 따라 어려운 시련의 시간을 거쳤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은 이민이라도 출신지역에 따라 그 처우가 차별적이기도 했다.

우선 꿈을 안고 찾아와 첫 발을 내딛는 관문에서부터 달랐다. 유럽인이 들어오는 뉴욕의 엘리스 아일랜드보다는 아시안이 들어오는 샌프란시스코 만(湾)의 엔젤스 아일랜드에서는 심사 절차가 더 엄격하고 구금 기간도 길었다. 희망의 관문이라기보다는 이민자를 검사하고 억류하던 통과소같은 곳이었던 거다.

미국은 거의 100%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미국의 이민은 청교도들이 영국국교에서 벗어나기 위한 플리머스에서만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영국 제임스1세가 개척한 제임스타운의 버지니아 식민지역이 있었고, 매사추세츠를 중심으로 한 뉴잉글랜드 지역, 그리고 퀘이커 교도들에 의한 펜실베이니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 등으로 여러 곳에서 거의 동시대에 시작되였으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들, 그리고 아일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유럽계, 또한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안, 그 외에도 멕시코, 콜롬비아 등의 남미계 이민자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다민족 다문화로 잘 비벼진 비빔밥 나라다.

그러고 보면 아마도3억 미국인구 중에서 이민이나 이민 후손이 아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역시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이다. 그럼에도 먼저 온 이민자와 나중 온 이민자간에 빚어지는 마찰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간의 치열한 싸움, 거기에 텃세까지 겹쳐져 오늘도 사그라지질 줄 모르는 투쟁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곪은 상처를 안고 있다.

지금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전과 그에 맞선 시위 현장은 이 긴장의 역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사 월간지 The Atlantic은 ‘이것은 트럼프에게 예행연습이다’라고까지 했다. 관세 전쟁에서 별 진전이 없자 불법 이민자를 지지회복의 희생물로 삼는다는 분석이다.
단지 외국인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이민자의 나라’가 되지는 않는다. 언어나 피부색이 달라도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미국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치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황금의 못에 쓰여진 ‘하나로의 연결’을 기억하고 이루어야 신뢰받는 참 위대한 미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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