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하다 보면 특히 밤 시간대에 마주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나 뒤따라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로 운전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야를 순간 잃는 아찔한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는 예전 자동차보다 더 밝아 여간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전조등이 더 밝아졌다는 느낌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실제로 전조등은 과거보다 더 밝고, 더 푸르며, 더 높은 위치에서 빛을 비추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모두 도로 위 눈부심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마주 오는 차량뿐만 아니라 백미러로 비추는 차량의 불빛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전 차량은 약 1,000루멘(가시광선의 밝기 단위)을 내는 할로겐 전구를 사용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제조사들은 더 나은 가시성을 원하는 수요에 맞춰 LED 기술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설치되는 LED 전조등은 약 4,000루멘으로 기존보다 4배 정도 밝으며,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 가능한 애프터마켓 LED 전조등은 무려 1만 루멘 이상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AAA 노스이스트의 질리언 영은 “LED 전조등은 따뜻한 빛이 아니라 차가운 흰색이나 푸른빛을 띠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더 큰 자극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빛은 사람의 시선과 거의 수평 위치에서 눈을 직접 때리기 때문에 불편함이 더욱 심해진다. 특히 미국에서 SUV와 픽업트럭 같은 차체가 높은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전조등 위치도 높아져 눈부심은 더욱 악화됐다.
영은 “빛은 더 밝아졌고, 빛이 비추는 각도도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예민한 걸까’ 하고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로드아일랜드 주 커벤트리에 거주하는 앨런 실바는 “어두운 도로를 달리다가 눈이 부셔 제대로 앞이 안 보일 때가 많다”며 밝은 전조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주의 뉴포트에 거주하는 사브리나 도일은 “다른 운전자에게 위험을 줄 정도로 전조등이 밝다면,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드아일랜드 주에는 전조등 밝기를 직접 규제하는 법은 없지만, 차량의 원래 설계를 변경하거나 성능을 바꾸는 애프터마켓 전조등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지역 방송국 WPRI가 법원 기록을 검토한 결과, 2016년 이후 해당 법으로 발부된 티켓은 단 6건에 불과했다.
영은 이 법이 차량 점검 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조등의 원래 설계나 의도를 바꾸는 개조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차량 검사에서 탈락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전조등 밝기 상한선을 정하는 입법을 추진했으며, 텍사스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로드아일랜드에서도 2020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민간 비영리단체 소프트 라이트 재단은 연방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현재까지 약 8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영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는 주별로 제각각인 법보다 연방 수준의 규제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제조사들은 미국은 물론 국제 시장을 상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연방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설명했다.
2022년,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유럽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적응형 주행 빔’ 기술을 허용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차량에 탑재된 센서가 마주 오는 차량을 감지하면, 전조등의 밝기를 자동으로 낮추거나 빛을 아래로 조절해 눈부심을 줄인다.
AAA의 2019년 연구도 이 기술이 야간 시야 확보와 눈부심 감소 사이의 균형을 잘 이룬다는 점에서 도입을 지지했다. 그러나 영은 이 기술이 신차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차량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운전자에게 가능한 대처는 매우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뿐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밝은 곳을 보게 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눈을 그쪽에서 살짝 돌리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눈부심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론은 실제에서 크게 적용하기 어렵다. 인지하기 전에 헤드라이트의 밝은 빛이 눈을 때리기 때문이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