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코스트라인 위로 쏟아지는 LA의 강렬한 태양. 그 열기 속에 머물다 도심 속 루프탑 파티의 밤으로 서서히 물들어갈 때, 우리의 손에 들려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묵직한 타닌과 복합미가 어울렸던 겨울과 달리, 여름의 와인은 산도, 청량감, 그리고 온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LA의 뜨거운 오후를 식혀줄 해변가의 피크닉부터, 할리웃 사인이 보이는 루프탑에서의 세련된 밤까지, 우리의 여름을 가장 완벽하게 완성해줄 현실적인 와인 리스트를 가격대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40달러 이하] LA 스타일의 데일리 칠링
이 가격대에선 접근성과 직관적인 시원함, 산도를 고려해 보았습니다. 여름 해변의 파도 소리 사이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선택지들입니다.
Rosé wine
Miraval Rosé ($25): 여전히 프로방스 로제의 교과서입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와이너리로 유명하며. 드라이하고 깔끔한 뒷맛 덕분에 LA의 타코나 신선한 샐러드와도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로컬 마켓에서도 찾아볼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습니다.
Roederer Estate Brut Rosé ($30): 앤더슨 밸리의 서늘한 기운을 담아낸 스파클링입니다. 촘촘한 기포와 라즈베리, 딸기 향은 여름 루프탑 파티의 무드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Bevmo, 토탈 와인 등등 와인샵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Sparkling wine
Schramsberg Blanc de Blancs ($30): 미국 스파클링의 자존심이자, 나파 밸리에서도 꽤나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이 가격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복합미와 캘리포니아의 신선한 과실미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특히 여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나파 밸리 방문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Scharmsberg의 까브 투어도 추천합니다.
White wine
Tablas Creek Patelin de Tablas Blanc ($25):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에서도 유명한 생산자의 엔트리급 화이트 블렌드입니다. 꽃향기와 미네랄리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그로나슈, 비오니에, 막산, 후산 포도품종의 블렌드입니다. 전형적인 샤도네이나 소비뇽 블랑 프로필이 가끔 질릴때는 역시 화이트 론만한게 없지요.
Joseph Drouhin Chablis ($30): 샤블리 그리고 프랑스 대형 네고시앙인 조셉 드루앙이라는 이름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모르면 간첩이죠. 특유의 칼칼한 미네랄리티는 여름철 한식 해산물이나 일식 핸드롤, 스시와 좋은 궁합을 보여줄거라고 생각합니다.
Red wine
La Crema Russian River Valley Pinot Noir ($25): 너무 무겁지 않은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입니다. 마시기 20분 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칠링하면, 붉은 과실의 풍미가 더욱 선명해지며 안주로도 좋고 와인 그 자체로 즐겨도 손색이 없습니다. 질 좋은 피노누아들은 많지만 접근성 좋은 피노누아 한병을 꼽아 보았습니다.
보졸레 (Jean Foillard 등, $30-40): 내추럴 와인 특유의 뉘앙스도 느낄수 있고 산딸기, 라즈베리 노트와 샤프한 산도는 여름철에 특히 잘어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드시기 전에 가볍게 칠링하면 레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못지않은 청량감이 있습니다.
LA 거주자를 위한 Tip: LA의 여름은 실외 온도가 30°C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외 루프탑이나 해변에서 즐길 계획이라면, 와인 쿨러 백이나 아이스 버킷은 필수입니다. 특히 화이트나 로제는 “이 정도로 차가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칠링했다가 온도를 서서히 올려가며 마실때 변하는 와인을 느끼실수 있습니다. 낮은 온도에선 입안에서의 텍스쳐가 도드라지고 높은 온도에선 향이 좀더 도드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100달러 이하] 주말 식탁의 조연이 아닌 주연, ‘밸런스의 묘미’

평일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고, LA 도심의 빌딩 숲 위로 보랏빛 석양이 물드는 주말 저녁. 이제는 단순한 갈증 해소를 넘어, 정성껏 준비한 요리와의 페어링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죠. 여름의 열기를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바꿔줄 이 가격대의 와인들은, 식탁의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킬 만큼 매력적이죠. 촘촘한 기포가 전하는 위로와 서늘한 테루아가 주는 명쾌함, 주말의 식탁을 가장 우아하게 격상시켜줄 주연들을 소개합니다.
Louis Roederer Blanc de Blancs (70$): 앞에 Roederer Estate 스파클링이 가성비의 데일리였다면, 루이 로드레의 블랑 드 블랑은 촘촘한 기포와 플로럴한 아로마가 어찌 보면 한단계 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여름 밤 별다른 안주 없이도 한 잔 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주말을 보낼수 있을것 같습니다.
Domaine Laroche Chablis 1er Cru (70$): 이전에 소개했던 조셉 드루앙은 빌라쥬급 샤블리였다면 이번엔 프리미에 크뤼 급 샤블리는 보다 깊이 있는 미네랄리티를 선사합니다. 자매품으로 Willam Fevre이라는 생산자도 추천합니다.
여름의 화이트, Far Niente Chardonnay(60$): 장동건 고소영의 웨딩 와인으로도 유명한 나파 밸리의 아이콘 같은 와인입니다. 해산물과 페어링해도 좋으나 적절한 유질감과 산도의 균형이 좋아,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실내에서 즐기는 스테이크나 크리미한 파스타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150달러 이상] 특별한 순간을 완성하는 질감과 깊이
어떤 순간은 오직 찰나의 향기와 맛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도 합니다. 기념일의 촛불이 일렁이는 프라이빗한 다이닝 룸, 혹은 소중한 이들과 나누는 여름 밤 파티에 빠질수 없는게 와인이죠.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가벼움의 미학 속에,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우아함과 복합미를 숨겨둔 와인들이 있습니다. 이 가격대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매혹적인 향과 입안을 감싸는 텍스처 그 자체로 감동이 됩니다. 여름밤 당신의 시간을 예술로 승화시켜줄 와인 세가지만 간추려 보았습니다.
여름 샴페인의 황제, Louis Roederer Cristal: 러시아 황제를 위해 태어난 이 샴페인은 이름처럼 마치 크리스탈을 입안에 머금은 것과 같이 맑고 정교합니다. 입안에서 터지는 기포는 마치 황금빛 비단이 흐르는 듯한 질감을 선사하며, 강렬한 여름 태양 아래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한 구조감과 깊은 풍미는 특별한 기념일을 완성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시중에 2016 빈티지까지 출시되었으며 2012 이전의 빈티지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필자가 경험한 샴페인 중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2008 크리스탈은 샴페인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의 미학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샤블리의 최고봉 François Raveneau Chablis 1er Cru: 와인 애호가들에게 샤블리 1등 생산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하브노는 일반적인 샤블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인 미네랄리티와 꿀처럼 농축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샤블리의 최고봉을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프리미에 크뤼 그 위에 있는 그랑크뤼도 추천드립니다.
여름밤의 서늘한 서정시, Domaine Dujac Chambolle-Musigny: 무더위 속에서도 화이트가 아닌 레드의 품격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해답은 역시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입니다. 샹볼 뮈지니 특유의 가냘프면서도 화려한 꽃향기가 도멘 뒤작(Dujac)의 섬세한 손길을 만나 여름밤의 붉은 보석으로 거듭났습니다. 무거운 타닌 대신 서늘한 숲길의 향기와 우아한 라즈베리 뉘앙스의 산미가 가득해, 살짝 칠링하여 서빙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뒤작 역시 영 빈티지도 좋으나 5-6년 이상 숙성된 와인을 구매해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올 여름에는 치맥 대신 치샴?
여러분, 올해 여름엔 치맥 말고 ‘치샴(치킨 & 샴페인)’ 한번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바삭한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이랑 샴페인의 조합은 사실 맥주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거든요. 맥주가 주는 배부른 청량감과는 다른, 후라이드 한입 베어문 다음에 샴페인만의 우아하고 세련된 깔끔함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올여름, 여러분의 식탁이 샴페인의 기포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바랄게요!
<제임스 김 와인 리뷰 전문가>
*** 스시뉴스LA에 와인 칼럼 연재를 시작한 제임스 김씨는 와인과 미식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널리 알려진 와인 리뷰 전문가다. 그는 “좋은 와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갑니다”라는 신념으로 전 세계 와이너리를 탐방하며 진정성 있는 리뷰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