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만 달러 이상 배상을 기대하며 시작된 이 사건은 법원에서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한 채, 심리 문턱도 넘지 못하고 기각되는 망신으로 마무리됐다.
한인 변호사, 단체장, 사업가 등 한인 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회원 단체가 결과적으로 기본적인 법적 요건 검토 없이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로스 코요테스 골프클럽 한인 회원들로 구성된 ‘로스 코요테스 한인 회원 협회’(Los Coyotes Korean Member Association, KMA)는 2024년 6월 18일 오렌지카운티 수피리어코트 센트럴 저스티스 센터에 골프장 운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KMA는 같은 해 5월 26일, 회비 인상에 반발하던 일부 회원들이 중심이 돼 설립된 단체로, 설립 직후 곧바로 소송에 나섰다.
소송의 발단은 2024년 5월 4일 운영사인 아메리칸 골프가 7월 1일부터 월 회비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서 시작됐다. 이 발표 직후 일부 회원들이 반대 행동에 나섰고, 이후 법인을 설립한 뒤 몇 주 만에 소송으로 이어졌다.
KMA가 제기한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골프장 운영과 회비 인상 문제, 그리고 코로나 기간 클럽이 폐쇄됐음에도 회비를 계속 부과했다는 점이었다.
이를 근거로 KMA는 계약 위반, 신의성실의무 위반, 소비자 보호법(CLRA) 위반 등을 주장하며 1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총 8개 혐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다른 지점에서 갈렸다.
법원은 2025년 11월 18일 피고 측의 약식판결(Motion for Summary Judgment)을 받아들였고, 12월 12일 원고의 모든 청구를 전면 기각했다.


핵심 이유는 ‘소송 자격’이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KMA는 자신을 300명 이상의 회원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법인(corporation)이었으며 클럽 회원도 아니고 회비를 낸 당사자도 아니었다.
또한 운영사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나 거래 관계도 없는 만큼, 피해 당사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결국 KMA는 계약 당사자도, 실제 피해를 입은 소비자도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가 아무런 구제도 받을 수 없다며 모든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계약 위반 여부나 소비자 피해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소송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끝난 셈이 됐다.
특히 법원은 KMA가 소비자가 아니었고, 사전 통지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주장 내용 역시 시효가 지난 사안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무엇보다 KMA 자체가 문제 삼은 시점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도 결정적인 결함으로 작용했다.
결국 법적으로 성립 가능성이 낮은 소송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피고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회원들은 회비 인상에 반발하며 시위와 배너 게시, 회비 납부 거부 유도, 집단 탈퇴 권유 등 조직적인 압박 행동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행동을 주도한 일부 회원들은 회원 자격이 박탈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남가주 한인 부유층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진 로스 코요테스 골프클럽 내부 갈등이 법정으로 번졌다가,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소송 자격 문제에서 무너진 사례로 남게 됐다.
수백 명 회원을 대표하는 듯한 외형을 내세웠지만, 법원 판단은 냉정했다. 원고 단체는 계약 당사자도, 직접 피해를 입은 소비자도 아니었고, 재판부는 본안에서 다툴 필요조차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거액 배상”을 장담하던 소송은 실질 심리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자격 미달로 끝난 셈이다.
결과는 더 뼈아프다.
피고 측은 소송에서 완전 승소한 뒤 약 33만7천 달러에 달하는 변호사비를 청구했고,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100만 달러가 넘는 배상을 노렸던 소송이 오히려 수십만 달러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로스 코요테스 골프클럽은 회원의 80% 이상이 한인으로 구성된 고가 프라이빗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한인 부유층 클럽’ 내부 갈등이 법적 검토 없이 소송으로 이어졌다가 자격 문제로 무너진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한인들이 단체를 만들어 소송까지 하면서도 기본적인 소송 자격조차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며 “이런 무분별한 소송을 단체장 출신, 변호사, 비즈니스 협회장 등 한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서 제기했다가 오히려 상대방 변호사비까지 지불헤야 하는 처지에 몰린 현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