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밤 개럿 앤더슨의 사망 소식에 하나로 뭉친 에인절스 선수들이 샌디에고를 8-0으로 완파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이번 시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셀아웃, 네 번째 매진을 기록한 에인절스 스타디움에는 44,279명의 팬이 다시 한번 가득 들어찼고, 경기장 곳곳에는 ‘GA’라고 새겨진 추모 패치를 단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2차전 선발 마운드는 유세이 기쿠치가 맡았다. 2025시즌 전반기 팀의 공격이 뒷바침되지 않아 잘 던졌지만 승수를 많이 챙기지 못했는데, 2026시즌 초반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ERA 7.50으로 작년보다 고전하고 있다. 상대 선발 저먼 마르케스 역시 ERA 5.54로, 두 선발 모두 불안한 수치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기에 경기 전 많은 이들이 타격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기쿠치는 6이닝 동안 피안타 2개에 8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비결은 팔 각도였다. 기쿠치는 경기 후 “시즌 초반에 팔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여봤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각도로 되돌렸더니 메카닉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었고, 그게 오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있게 던진 구종은 무었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으면서 스플리터로 헛스윙도 잘 유도했다. 두 구종의 조합이 잘 맞아떨어진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커트 스즈키 감독도 “기쿠치는 오늘 정말 놀라웠다. 패스트볼로 공격적으로 들어가면서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잘 섞어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6이닝 무실점 8탈삼진은 분명히 좋은 발판이 됐다”고도 했다. 삼진을 잘 잡지 않는 팀을 상대로 8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는 점에서 기쿠치의 오늘 구위는 더욱 빛났다.
반면 에인절스 타선은 마르케스 앞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스즈키 감독은 “오늘 마르케스의 백업 브레이킹볼이 정말 좋았다. 하나는 안으로 들어오고 하나는 밑으로 떨어지는 식으로 두 가지 모양이 나왔는데, 야구에서 백업 브레이킹볼만큼 치기 어려운 공은 없다고들 하지 않나. 콜로라도에서 상대했던 그 마르케스가 오늘 나왔다”며 상대 선발을 높이 평가했다.
승부는 8회에 갈렸다. 에인절스 불펜이 볼넷 두 개로 페르민과 크로넨워스를 내보낸 뒤, 라우레아노의 중전 적시타와 타티스 Jr.의 우전 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며 패드리스가 2점을 뽑아냈다. 스즈키 감독은 “공짜 출루를 내주면 저런 팀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그게 오늘 8회였다”고 돌아봤다. 에인절스는 8회 말 샤누엘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9회 패드리스가 라우레아노 희생 플라이와 타티스 Jr.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최종 4-1로 승기를 굳혔다.
경기 중 한 가지 불안한 장면도 있었다. 크로넨워스가 파울 타구에 목을 맞는 사고가 발생했고, 기쿠치는 경기 후 이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의도한 게 아니었다. 별로 큰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파드레스 트레이너와 아는 사이인데 연락해서 상태를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패전 투수는 8회 마운드에 오른 라이언 제퍼쟌(1승 1패). 기쿠치는 6이닝을 역투하고도 승리 없이 물러났다. 시리즈는 1-1 타이가 됐고, 내일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의 3차전이 이 주말 시리즈의 향방을 가른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