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사진 박힌 여권 발행…”허영심의 극치” 미 전역 들끓어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념해 발행될 예정인 한정판 여권 디자인이 공개되자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일제히 거센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국무부는 지난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와 금색 서명이 내지에 새겨진 새로운 여권 시안을 발표하며 워싱턴 여권 발급 사무소의 대면 갱신 신청자들에게 이를 기본으로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된 시안에 따르면 여권 내지 커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 초상화가 독립선언서 이미지 위에 중첩되어 있으며 그 아래에는 그의 상징적인 금색 서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왕의 전제 정치를 거부하며 작성된 독립선언서 위에 현직 대통령의 얼굴을 얹은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대한 씁쓸한 아이러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왕보다 더 왕 같은 트럼프”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계획을 “허영심의 극치”이자 “군주제로의 회귀”라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크리스 반 홀런 상원의원은 실제 왕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방미를 거론하며 실제 국왕보다 미국 대통령이 더 비민주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개인 브랜드 홍보를 막는 ‘겸손한 대통령법’ 발의 사실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민생보다 자기 얼굴 붙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은 동전과 국립공원 패스 그리고 전함에 이어 여권에까지 대통령의 얼굴을 새기는 행태에 대해 이것은 애국심이 아닌 허영심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테드 리우 하원의원 역시 국무부가 여권에 대통령 얼굴을 새기는 동안 기름값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비꼬았다.

여권 전문가 “전례 없는 일…외국에서 꺼낼 문서”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권의 역사를 연구해온 패트릭 빅스비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현직 대통령이 여권에 등장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굳은 표정의 초상화가 과거 대선 전복 시도 당시의 머그샷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여권 디자인이 국가 정체성과 주권의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라는 개인 브랜드가 미국의 브랜드를 덮어쓰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나 얼굴은 달러 지폐와 기념 금화부터 국립공원 패스와 전함 그리고 할인 의약품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새겨지고 있다.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자신의 사진을 넣은 가짜 운전면허증을 SNS에 올리며 이 상황을 조롱했으나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가 기념사업을 비판하는 이들이 심각한 트럼프 혐오증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