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표 저가항공사 스피리트 항공이 5월 2일(현지시간) 오전 3시를 기해 34년의 역사를 끝으로 전격 운항 중단에 들어갔다. 1만7천명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항공권을 구매한 수만 명의 승객들이 갑작스러운 결항 통보에 공항 한복판에서 발이 묶였다.
스피리트는 공식 성명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사업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주간 연료비의 갑작스럽고 지속적인 급등이 대안을 남기지 않았다”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2024년 11월 1차 파산보호 신청, 2025년 8월 2차 파산 신청 이후 재건 계획이 법원의 인가를 받았지만 저가 항공 수요 둔화와 비용 급등을 버티지 못했다. TimeNBC News
스피리트는 1983년 ‘차터원 에어라인스’로 출발해 1992년 현재의 이름으로 재탄생한 저가항공의 선구자다. 2025년 연간 승객은 약 3천만 명으로, 2023~2024년 최고치인 4천400만 명에서 급감한 상태였다. Time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5억달러 연방 구제금융 방안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지만, 채권단과의 구조조정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서 구제금융은 무산됐다. 트럼프는 폐업 당일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없다면 지원이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CNN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스피리트는 이란전쟁 이전부터 이미 위기였다”며 이란전 탓으로 돌리는 시각에 반박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스피리트-제트블루 합병을 소송으로 막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Time
9·11 이후 최대 규모 항공사 폐업
미국에서 대형 항공사가 완전 폐업한 것은 9·11 테러 직후 미드웨이 항공이 문을 닫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CNN
스피리트는 뉴욕, 마이애미, 디트로이트, LA를 비롯해 중남미·카리브해 노선까지 에어버스 기재로 운항해왔으며,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이들 도시를 연결하던 저가 항공편이 일제히 사라졌다. CNBC
도미니카공화국행 승객 리카르도 테제도(72)는 포트로더데일 공항에 도착해서야 폐업 소식을 들었다. “의료 목적으로 가는 길인데, 어떻게 사전에 아무 조치도 없이 파산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NBC News
대형 항공사 운임 상한…환불은 자동 처리
더피 장관은 뉴어크 공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나이티드·델타·제트블루·사우스웨스트가 스피리트 승객에 대해 편도 약 200달러 수준으로 운임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피리트는 신용·체크카드로 직접 구매한 항공권에 대해 자동 환불을 처리하며,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승객은 별도로 환불 신청을 해야 한다. 단, 결항으로 인한 호텔비 등 부대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 CNNClick2Houston
승무원 5천500명을 대표하는 미국승무원노동조합(AFA)은 더피 장관과 노동부에 서한을 보내 “스피리트 직원들은 심장과 영혼을 이 항공사에 쏟아부었는데, 이제 삶이 벼랑 끝에 섰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국제기계항공우주노조(IAM)는 폐업을 “파국적 결과”로 규정하며 “기업 부실경영과 재무 실패의 산물”이라고 직격했다. CNNClick2Houston
한편 업계에서는 스피리트 폐업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전 세계 원유·LNG 수송량의 20%를 틀어막으면서 저가항공의 수익 구조 자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