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일 오후, 에인절스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원정길을 앞둔 클럽하우스에는 이른 아침부터 캐리어와 장비 가방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토론토 원정을 앞두고 선수들의 짐을 미리 꾸리는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도 마운드와 케이지에서는 아침 연습이 한창이었다.
클럽하우스를 한 바퀴 돌다 보니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어제 선발로 나섰던 샘 알더게리의 로커는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그 대신 알렉 마노아의 이름이 새롭게 로스터에 등록됐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마노아가 26인 선발 명단에 드디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마노아를 불펜에서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어제 4-3 역전승의 주인공 잭 네토가 로커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네토는 에인절스 분위기 메이커라 네토가 우울해지면 클럽하우스에 그 여파가 크다. 2-2 동점 상황에서 슬럼프를 날린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린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선수단 전체의 표정이 밝다. 이틀 연속 승리의 기운이 클럽하우스 곳곳에 배어 있었다.
오늘 에인절스의 선발은 월버트 우레냐였다. 며칠 전 타구가 오른쪽 무릎을 강타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그가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더 던지고 싶다는 듯 마운드를 떠나지 않으려 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오늘, 그는 그 아쉬움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해소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오른손 투수에 대비한 라인업을 첫 경기와 동일하게 꾸렸다. 스위치 타자를 포함해 왼쪽에서 타격하는 선수가 무려 7명이나 포진했다. 에인절스로서는 우레냐의 피칭 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였다.

1이닝이 0-0으로 끝난 뒤, 2이닝에 모든 것이 쏟아졌다. 화이트삭스 선발 노아 슐츠를 상대로 에인절스 타선이 폭발했다. 잭 네토의 3루타가 불을 지폈고, 트래비스 다르노가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브라이스 테오도시오도 2루타를 포함해 2안타를 기록하며 2이닝에만 5점을 뽑아냈다. 슐츠는 결국 3⅔이닝 조기 강판되며 자책점이 7점이 되었다.
경기 후 스즈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투수, 수비, 적시타 —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선수들이 해낼 자격이 있는 승리입니다. 초반에 점수를 쌓고, 후반에도 계속 발을 밟아줬습니다.”
다노의 홈런은 더욱 특별했다. 경기 전 발 통증으로 검사를 받았던 그가 출전을 강행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것이다. 스즈키 감독은 경기 후 다노의 발 상태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우레냐는 오늘 6이닝을 던지며 4안타 1실점, 5탈삼진을 기록했다. 2이닝에서 다소 고비가 있었지만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다. 스즈키 감독은 그 장면을 이렇게 평가했다.
“2이닝이 사실 경기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것, 큰 이닝이 될 수 있었던 걸 1점으로 막은 것 — 우리에게 엄청난 모멘텀을 가져다줬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더 침착해집니다. 오늘 우레냐가 그걸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우레냐의 클럽하우스는 들썩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생애 첫 승리를 거둔 그에게 동료들이 맥주 세례를 퍼부은 것이다. 우레냐는 인터뷰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매일매일 열심히 해온 모든 것이 오늘 결실을 맺었습니다. 동료들이 온몸에 맥주를 부어줬어요. 정말 많이요 (웃음).”
피칭 비결을 묻자 그는 싱커와 체인지업의 조화를 꼽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특히 싱커와 체인지업이 잘 먹혔고, 그게 오늘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발 투수가 본업입니다. 그 자리에서 던지는 게 저에게 가장 맞습니다.”
에인절스는 화이트삭스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로 시리즈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즌 전적 15승 23패.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클럽하우스의 공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우레냐의 첫 승, 마노아의 귀환 등.
에인절스는 이제 금요일 토론토에서 로드트립 시리즈를 시작한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