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첫 프리웨이 시리즈 1차전을 6-0 완봉패로 내준 에인절스가 5월 16일 2차전을 맞았다. 에인절스 스타디움의 저녁 하늘은 여느 때처럼 붉게 물들었지만, 덕아웃의 공기는 무거웠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늘 상대 선발 호세 소리아노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정말 문제가 될 것입니다. 구속도 있고, 체인지업도 좋고, 확실히 떠오르고 있는 투수입니다. 우리가 공략법을 찾아야 합니다.” 2026시즌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소리아노에 대한 상대 감독의 경계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에인절스 커트 스즈키 감독도 경기 전 여러 사안을 언급했다. 트리플A 솔트레이크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온 외야수 호세 시리를 콜업하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전날 손목 부상에도 라인업에 복귀한 포수 로건 오하피에 대해선 “타격 연습을 지켜봤는데 좋아 보였다. 터프한 선수”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불펜에선 IL에서 복귀한 유망주 라이언 존슨(RJ)이 전날 밤 첫 1이닝을 소화하며 돌아왔다. 스즈키 감독은 “선발 자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지금 우리 팀의 필요는 불펜”이라며 그의 다재다능한 역할을 강조했다.
타선 부진에 대해선 담담했다. “솔직히 말하면 좋은 투수들을 상대하다 보니 슬럼프가 왔습니다. 하지만 강한 타구는 계속 나오고 있어요. 결과로 연결이 안 될 뿐입니다. 긍정적인 면을 쌓아가야 합니다.”

다저스의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 사이, 잠시 덕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는 김혜성 선수를 만났다. 언제나처럼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함께 있던 일본인 기자가 귓속말로 물어왔다. “왜 김 선수는 매번 후드를 쓰고 그라운드에 나오나요? 혹시 K-뷰티의 영향으로 햇빛에 타는 것을 싫어해서, 심지어 화장을 하는 건 아닐까요?”
그대로 전해봤다. 김혜성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그건 아니고요. 얼굴 피부가 좀 약해서 선크림만 바릅니다. 화장은요, 그런 건 하지 않아요. 요즘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보니 그렇게 보이시나 봐요.” 그렇게 웃음 속에 한국 야구 이야기, K-문화 이야기로 잠시 이어졌다.


올시즌은 작년과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확실히 올해는 작년보다 편해졌습니다. 작년은 첫해라 어리둥절한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어요.”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이며, 오늘 경기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로 짧은 만남을 마쳤다.
ESPN의 사전 승패 확률은 다저스 6, 에인절스 4. 그래도 소리아노가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면 기대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늘 그 기대는 일찌감치 무너졌다.
소리아노는 5⅓이닝 동안 안타 단 1개만 허용했다. 그러나 볼넷이 6개였다. 커맨드가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6실점. 통계가 말해주듯 안타에 무너진 게 아니었다. 볼넷으로 내준 주자들이 홈을 밟았다. 스즈키 감독은 경기 후 말했다. “커맨드 문제라기보다 가까운 볼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저스가 안쪽을 잘 공략하면서 결국 존 한가운데로 몰아넣었어요.” 소리아노 본인도 짧게 고개를 숙였다. “결과가 다 말해주잖아요. 오늘은 잊고, 다음 등판을 위해 필요한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김혜성은 오늘도 소리아노의 싱커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소리아노는 싱커로만 승부를 보려 했고, 결과는 볼넷을 하나 얻기는 했지만, 5타수 무안타. 여전히 싱커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김혜성이다.
에인절스 타선도 침묵했다. 다저스 선발 저스틴 로블레스키는 6이닝 2실점으로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로버츠 감독의 예언대로, 오타니는 완전히 살아났다. 6타수 2안타 5타점, 2루타와 3루타까지 — 전날 로버츠 감독이 “에너지가 돌아왔다, 배트 스피드도 좋아 보인다”고 했던 바로 그 오타니였다. 에인절스가 2점을 뽑은 건 6회가 유일했다. 아델이 2타점 2루타를 뽑아냈지만, 그게 오늘 에인절스가 낼 수 있는 전부였다.


네트에 맞은 공 하나도 발목을 잡았다. 스즈키 감독은 “과거엔 저런 타구가 네트에 맞으면 2루타 판정이었는데, 이제는 인플레이가 되면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아쉬워했다. 초반 득점 찬스를 날린 아델의 주루 혼선도 있었다. “일찍 점수를 냈다면 경기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스즈키 감독의 말이 더 씁쓸하게 들렸다.
최종 스코어 2:15
경기가 끝난 에인절스 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엔 음악이 없었다. 아델, 샤누엘, 네토, 몬카다, 로우 — 에인절스 타선의 핵심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도, 웃음소리 하나 들리는 것도 없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공간이었다.
스즈키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 포장하지 않았다. “노 슈거 코트. 최근 25경기 중 20패,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일 다시 나와서 싸워야 합니다. 오늘은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에인절스의 2026 프리웨이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