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심혈관 질환 예방을 넘어 노년층의 신체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스타틴의 항염증 효과가 노화와 관련된 노쇠(frailty)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한 연구에서 스타틴 치료를 받은 고령 퇴역군인들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노쇠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노쇠는 근육량 감소, 피로감 증가, 보행 속도 저하, 신체 활동 감소 등을 특징으로 하는 노년기 증후군이다. 노쇠가 진행되면 감기나 가벼운 부상 같은 작은 건강 문제에도 신체 기능이 급격히 악화될 위험이 커진다.
연구진은 스타틴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뿐 아니라 체내 염증을 줄이는 효과에도 주목했다. 만성 염증은 생물학적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스타틴이 노화 과정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재향군인회(VA) 의료 시스템을 이용한 67세 이상 퇴역군인 98만7,301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 시작 당시 대상자들은 모두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았으며 노쇠 상태도 아니었다.
연구진은 재향군인 노쇠지수(VA Frailty Index)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평균 5.3년의 관찰 기간 동안 약 29만 명이 스타틴 치료를 시작했고, 63만6,000명 이상이 노쇠 상태로 진행됐다.
체질량지수(BMI), 성별, 인종, 흡연 여부, 심혈관 질환 및 암 병력 등 다양한 변수들을 보정한 결과, 스타틴 복용군은 비복용군보다 노쇠 발생 위험이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관절염, 치매 환자 등 여러 하위 집단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됐다. 특히 연구 시작 시점에 이미 노쇠 전 단계에 있었던 대상자들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 예방 효과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연구를 주도한 사디아 카지 박사는 “현재 노쇠 예방을 위해 승인된 약물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스타틴이 노년층의 건강 유지와 독립적인 생활 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아리엘라 오르카비 박사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스타틴이 노쇠 예방 전략의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노쇠와 심혈관 질환이 만성 염증 등 공통된 생물학적 기전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위험 요인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노화를 돕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