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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시국선언…’정치 무관심’ 대학가도 움직였다[2030 시위②]

전국 대학서 성명·시국선언…"참정권 침해 규명해야" 분노한 대학생들 "선관위 책임져야" 한목소리

2026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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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취지의 시국선언을 동시다발로 진행한 10일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2026.06.10. kkssmm99@newsis.com

선관위 비판엔 공감대…재선거·부정선거론 시각차

“한 표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분노가 다른 정치적 주장으로 이용돼서는 안 됩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대학가가 들끓고 있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평가를 받아온 대학생들이 참정권 침해 문제를 둘러싸고 잇따라 목소리를 내면서 전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과 공동행동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 절차의 공정성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임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해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재선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고 선관위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선관위의 무능과 공정성 상실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연세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준영(25)씨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유권자의 정확한 표심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선거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잠실에서 이어지는 움직임에 극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일은 좌우 진영 문제가 아니라 참정권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비판과 별개로 부정선거 주장이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숙명여대 재학생 신모(25)씨는 “참정권 훼손이라는 일 자체는 무겁게 여기고 있다”면서도 “이를 극우 논리로 사용하거나 대통령 탄핵 문제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선관위는 청년 세대에게 민감한 채용 비리 논란이 있었던 조직이기도 하다”며 “조직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 개혁은 필요하지만 재선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전투표 폐지 주장 역시 참정권 보장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린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 및 학생 공론장에서 철저한 진상 조사로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6.06.10. yesphoto@newsis.com

정치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만큼은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임모(21)씨는 “평소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명의 유권자라도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면 온 국민의 참정권이 함께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 선관위는 명명백백하게 책임져야 하며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인공지능융합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소을(26)씨 역시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었지만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청년 세대는 절차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누구는 투표를 했고 누구는 하지 못했는데 국가기관이 단순 실수라고 설명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은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트 ‘한 표의 기록’에 따르면 현재 전국 212개 대학, 241개 캠퍼스에서 발표된 성명서와 시국선언문은 총 391건에 달한다.

해당 사이트는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자치기구, 학과 학생회, 동아리, 학생 개인 등이 발표한 입장문을 기록·공개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전북·전남·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정부와 국회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 개혁 ▲청년과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구성과 개혁 과정 공개 등을 촉구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단지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말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빼앗긴 한 표를 말하기 위해 모였다”며 “투표용지가 부족해 국민들이 투표소를 찾고도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는 국가의 안일함이 초래한 참정권 침해 사건”이라고 규탄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민의는 공정한 선거로부터 보장된다”며 진상 규명과 선관위 쇄신을 요구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역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과 행사하지 못한 것은 다르다”며 국민의 선거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한 현실을 비판했다.

그러나 대학가 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정쟁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와 학내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연세대 시국선언 현장에서는 자유발언의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 학생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발언대에 오른 연세대 25학번 김도현씨는 “선거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하되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며 “세상이 자꾸 편을 가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서야 할 편은 오로지 정의와 공의의 편뿐이다. 사실 앞에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는 지성의 역할을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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